옛날에는 아버지를 엄부, 어머니를 자모라고 불렀다. 아버지는 엄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에 있다.

무조건 귀여워 하고 감싸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편안
하게 하느 것이 자식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할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이
참다운 어머니의 사랑이 될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춘추시대의 한비자는 어머니의 본능적이고 무지한 사랑을 자모유패자
(자모는 버린 자식을 만든다)라는 말로서 표현한바 있다.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이 자식을 망치게 됨을 지적한 것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생물학적인 면을 보더라도 다틀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자신의 피를 나누어 뱃속에서 기른 뒤 신고끝에 출산한 자식이기에 아버지
보다 훨씬 강한 애정을 갖게 된다.

반면에 아버지는 자신의 핏줄을 이어 받은 자식이지만 어머니보다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바로 것이 되어야 한다는
한비자는 경계했던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인륜을 되돌아 보면자모의 사랑이 결코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엄함으로 조절된 완충적 기둥을 하는 사랑이었다.

자녀들의 인격은 아버지의 엄격함과 어머니의 부드러움이 조화되는 가운데
형성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사회의 부모들에게는 엄부와 자모의 경계가 없어지고
말았다. 부모가 모두 자모로 변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것도 바른 자모가 아닌 자녀들의 방관을 조장해 주는 자모가 되었다는
말이다. 더우기 자식에 대한 사랑의 척도를 물질적 혜택을 베갈어 주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비뚤어진 의식도 더욱 큰 가정적 병리다.

무조건 과보호만 받고 자라 절제심을 모르는 자녀들에게 사회적 도덕률
이나 규범은 물론부모에 대한 인륜을 제대로 지켜 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수 밖에 없다.

돈때문에 아들에게 피살된 한악상부부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무도한
패륜의 직접적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부모의 잘못된 사랑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보다 도보적인 책임은 사회에도 있다
하겠다. 물질이라면 명예와 체면 인륜도 팽개쳐 버리는 기성세대도 책임을
면할수 없다는 얘기다.

전반적 시대분위기를 이렇게 타락시킨 우리가 뼈저린 자성을 해 보아야
할 문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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