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3월 시작된 ''2종교고서 심사 후유증''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다.

심사에서 탈락한 출판사들이 심사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A씨는 B출판사에 돈을 먹고 부당하게 높은 점수를 줬다'' ''C
심사위원은 D교수하고 앙숙이기 때문에 D교수가 집필한 교과서 검정본을
고의로 탈락시켰다''는 등 온갖 소문이 난무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학교 ''사회과부도'' 검정에서 탈락한 A출판사는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는 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들은 올해 후유증이 그나마 예년보다 훨씬 덜한
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번 제5차 교육과정 개편때는 9개 출판사가 소송을 제기했던 점에
비추어 올해는 "잠잠한"편이라는 것이다.

현행 교과서 제도는 교육부에서 직접 만드는 1종과 출판업체별로 만들어
교육부에서 검정하는 2종으로 나뉘어 진다.

국민학교 교과서와 중.고교 교과서중 국어 도덕 사회 국사등 4과목은 1종
으로 교육부에서 편찬을 직접 맡는다. 나머지 중.고교교과서는 모두 2종
이다.

2종교과서는 각 출판업체에서 교육부 편찬 기준에 맞춰 제작한 교과서를
교육부가 심사해 과목별로 8권씩 "합격"판정을 내린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가운데 좋은 출판사의 책을 채택해 학생들의 교과서로
쓴다. 바로 이같은 검정 제도가 매번 "검정 후유증"을 몰고 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교과서가 있더라도 1등에서 8등까지만 합격되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지는 탓이다. 8등과 9등간 점수차이가 0.1점이라 하더라도 9등은
탈락하기 때문에 "억울한" 탈락자는 매번 나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교과서 1권을 편찬하는데 과목에 따라서는 저작료를 포함해
수천만원대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억울한 탈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면
송사도 불사하는 것이다.

"내책이 A출판사 책보다 못한 게 뭐냐"는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고 좀더 질높은 교과서를 제공하기 위해
현행 교과서 체계에 대한 개선책을 연구중이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위원장 이석희 대우재단이사장)
에서도 내달말까지 교과서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어떤 안이 검토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절대평가 검정방식=검정 후유증도 없애고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교과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절대 평가"로 검정방식을 바꾸는 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즉 일정수준 이상의 교과서는 모두 합격시키는 것이다.

교과서 제도개선분야의 연구를 맡고 있는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인 한국교육
개발원의 곽병선박사는 이와관련, "사실 평가기준이라는 것이 그때 그때
선정되는 심사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를 상대평가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검정방식을 절대평가로 할 경우 문제점도 있다. 절대평가가 되면 합격종수
에 제한이 없으니 검정 교과서 종류가 30~40여개에 이를수도 있다.

일선학교에서는 교과서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소위 "채택부조리"를
둘러싼 출판사와 학교 관계자들간의 뒷거래가 더욱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절대평가로 바뀔 경우 군.소 출판사들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이같은 우려에서 비롯된다. 지금처럼 검정본을 8종으로 제한하면 군.소
출판사도 일단 검정만 받으면 어느정도 독점적인 시장점유를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절대평가로 바뀌어 검정본이 많아지면 일선학교를 상대로 채택을
위한 출판사간의 로비가 더욱 치열해 질 것이고 "로비력"이 떨어지는
군.소출판사보다는 대형출판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
이다.

곽박사는 이에대해 "초기에는 혼란스럽겠지만 시장원리에 의해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 10여개만 살아남는 정도로 제도가 정착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전면 2종화=현행 1종 교과서를 모두 2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종 교과서 제도가 "검정 후유증"을 몰고 오는 부작용도 있지만
"다양한 교재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교육부에서 획일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재가 많이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2종 심사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기준은 규제하는 것이 너무 많아 독창성을 발휘할 수 없게 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8종류로 돼 있는 중.고교 교과서는 다양성이라는 2종교과서의 장점을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교과서가 "여러권"이라는
부담만 주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지적에 따라 독창성 있는 교과서를 유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심사기준도 강구하고 있다.

다양한 교과서가 단지 "여러권의 교과서"로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평가방법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과서 대여제=대여제는 국.중.고교 교과서를 모두 국가가 사서 학생들
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외국처럼 학교마다 전교생의
사물함을 모두 설치해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다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좋은 방안이지만 실행되기
에는 문제점이 많다. 교과서구입, 사물함 설치등에 따른 재원조달도
어렵지만 교과서에 밑줄을 긋는다든지 방과후에도 학원이나 집에서 복습
예습을 별도로 하는 극성스런 교육열도 교과서 대여제 시행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다.

교육부의 한명희 편수국장은 이에대해 "아직 연구가 진행중이라 어떤
제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전면적인 대여제보다는 미술 음악등
일부 예.체능 과목에 한정된 대여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편수주기 폐지=현재 5~6년마다 국.중.고교 교과서를 완전히 바꾸는
편수주기도 손질대상이 된다. 현재 내년부터 적용될 제 6차 교육과정
개편의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89년 개편작업을 거쳐 90학년도부터 적용된 제 5차 교육과정이후
5년만이다. 지난 5년간 특히 민주화가 급진전되면서 격변기를 겪었지만
교과서 내용은 89년 상황에 머물러 있었다.

5년간 학생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을 받은 셈이다. 반대로 5년이
지나도 별로 고칠것이 없는 잘된 교과서도 편수 주기에 맞춰 완전히
폐기되고 새로 편찬된다.

모두 행정편의에 교육의 효율성이 밀려난 결과다. 이같은 불합리한 점을
고치기 위해 "일거"에 교과서가 전면 개편되는 현행 편수주기를 없애고
교과서 편수를 "상시화"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교과서 유통구조 개선=수시로 교과서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과서
유통구조를 새로 짜야하는 문제도 뒤따른다. 아무리 순발력있게 교과서를
잘 만든다하더라도 학생들의 손에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기 때문
이다.

현재 교과서공급은 각 학교교사들이 맡고 있다. 지역별로 교사들이 차출돼
교과서 유통업무를 보고 있는데 교사 잡무 경감이라는 면에서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교과서 내실화=부교재가 성행하도록 만들어지는 교과서의 압축성도
문제다. 지금의 교과서는 대부분 학생들이 교과서만 읽어서는 이해할 수
없게 돼 있다.

참고서 시장이 비대해진 것도 이같이 왜곡된 교재의 2중구조 탓이다. 사실
출판사들이 중.고교 2종 교과서의 검정을 받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교과서 검정을 받아야 그 교과서에 대한 참고서를 만들 수 있는
독점적인 저작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참고서가 필요없는 충실한 교과서를 만드는 것도 현안으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의 질도 높아지고 부피도 커져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 값이 현재보다 대폭 올라갈수 밖에 없을 것으로 교육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모두 담아 전면적인 교과서 제도 개선안을 올
연말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교개위에서도 개혁안 1차 보고서에 교과서제도
개선안을 포함시켜 발표할 계획이다.

모두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창의력과 다양성 교육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개선안이 나올지 아직은 모르지만 내년에는 교육현장과 출판업계에
큰변화가 올 것만은 분명하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