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의 개혁의지는 매우 특이하다. 그때그때 나타나는 병리현상을
뿌리뽑겠다고 달려드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개혁의지를 과시하려는게 아닌가,
또는 개혁할데가 너무 많다보니 침착성을 잃고 보는 족족 몽둥이질을
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툭하면 가차없는 처단이요, 성역없는 수사요하고 요란을 떨지만 많은
국민에게 후련한 개혁으로 치부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본다.

목숨을 거는 결단이 없이는 어려운 군의 개혁을 놓고 그것이 진정
개혁인가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사조직을 없애서 군의 단합을
회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어느 여류작가는 "군대와 혁명의 기술"이란 책에서 군의 최대관심은
승진과 보직에 있다고 했다. 이것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새로운
사조직이 나올수도 있다는 얘기다.

군에 대한 보수와 운영비는 적정한가, 그렇지 못하면 새로운 비리가 생길
것이다. 휴전선을 중심으로 백만이상의 군대가 눈을 부릅뜨고 대치하고
있다면 군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에 대한 군의 유혹은 뿌리칠수 있는가.

나라와 사회의 모든 병폐를 따라다니며 고칠수는 없다. 대신 그러한 증상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 요인들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어떤것을 먼저 수술해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등에 대한 치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가장 비용이 적게들고 또한 다른 병에까지 치료효과가 넓게 퍼질
수 있는 분야부터 수술을 해야하고 투약도 그 부분에 집중되어야 할것이다.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대충 의견이 모아지는 3대개혁을 들자면
경제개혁 관료개혁 교육개혁이라 할것이다. 병세가 악화되어 있고 또한
서로 맞물려 있어 하나를 고치면 둘이 개선될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만 고쳐서는 하나조차 치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생활은 경제활동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을
먼저 꼽는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분야에도 매우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미치리라 확신한다.

관료개혁은 집권 2~3개월내에 해치워야할 성질의 것인데 정이 들어버리면
기회를 놓치고 만다. 관료의 수를 줄이고 보수를 높이지 않고는 많은
공직자들이 뜯어먹고 사는 규제의 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받는 봉투는 없어졌지만 중소기업이 내야하는 봉투는 여전하다는
푸념이 아직도 사라지지않고 있는것은 저간의 사정을 잘 설명해주고있다.

교육개혁은 어떠한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민을 대량 양성
하여 기술문화면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수 있도록 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며 그것은 또 제도교육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매년 GNP의 5%를 10년이상 투자해도 기초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경제개혁은 비용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다.

그것은 누구누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조정하면 되는 것이며 손쉽게 돈을
벌던 사람대신 실력있는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을 통하여 승리할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마음만 크게 먹으면 그렇게 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는 국민간에도 많은 컨센서스가 이루어져 있어 개혁안을 내놓으면
반대할 명분도 실리도 없게 되어있는 형편이다.

경제개혁중 핵심은 역시 금융개혁이다. 금융을 제자리에 놓지 않고는
모든 경제활동이 왜곡되게 마련이다. 특히 관료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을 해방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정말 이점에 관해서는 재야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해야할 것이다.

흔히 개혁중의 개혁을 실명제라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금융실명제
는 금융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탈세 청탁 뇌물등 각종 부조리를 시정하여
공정한 경제활동의 기본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거기에다 현단계의 실명제는 다만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한다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개혁의 준비작업일 뿐이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고 넘어야할 장애도 적지 않다.

거듭 얘기하지만 금융개혁의 요체는 금융을 자유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UR를 맞이한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 금융을 계속 정부가 틀어쥘수 있겠는가.

정부는 현 집행부와 소주주가 참여하는 은행장 추천위식의 미봉책을 쓸것이
아니라 멀리 보고 미련 같은 것은 빨리 버려야 한다.

또한 요즈음 논의되고 있는 바와같이 금융전업그룹을 억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개혁을 위한 올바른 수순인가 따져봐야 한다.

개명된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그런 금융의 모습을 그린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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