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의혹을 계기로 최근 수년간에 걸쳐 북한사회가 안고 있는 내부적
인 해체징후가 하나씩 노출되고 있다.

김부자세습의 최종적인 단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숙청과 억압정책은 이제
거의 질식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난이 겹쳐있으며 설상가상격으로 핵문제에 관한 오판으로
국제적인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핵문제해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유엔에 의한 "제재"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우외환의 상황에 놓인 오늘의 북한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로선 중요한 현안의 하나다.

사태의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각각의 사태에 대해 미리 만전을
기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다.

18일 시베리아벌목장을 탈출한 북한 노동자 5명이 서울에 왔다. 탈출
벌목공이 관련국과 합법의 절차를 거쳐 입국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귀순은 북한주민들의 "동토엑소더스"의 시작을 상징한다. 합법적인
루트가 마련된 이상 앞으로 대규모의 탈출과 귀순 사태도 예상된다.

우리는 이러한 "탈북한 현상"에서 지난 89년 동구 사회주의국가들이 겪은
해체과정을 연상하게 된다.

국가의 붕괴, 사회적인 해체가 인민의 집단탈출로 시작되는 것이라면 이것
역시 "오웰적인 사회"의 해체과정이 아닐까.

북한이란 국가를 형용하는 관사는 많다. "붉은왕조" "김씨조선" "테러국가"
"최후의 스탈린주의국가" "수용소 반도" "무기수출국" 그리고 "기아국가".

그런 국가가 바로 휴전선너머에 있다. 정규군만해도 100만명이 넘는다.
전국은 요새화돼있다. 지상군 90만명중 70%가까운 숫자는 평양~원산라인
이남에 전진배치돼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요새화돼 있다해도 요새의 내부에서 붕괴의 요인이
발생하고 그것이 탈출 사태로 발전한다면 요새의 의미는 없어진다. 특히
심각한 것은 식량난이다.

식량난은 인구 2,200만의 나라가 연간 수입식량이 80만~90만 에 이르는
것으로 설명된다. 인도에 식량과 의약품원조를 요청했다는 외지보도나
오는 10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단체종목불참방침을
조직위에 통보해 왔다는 소식등 일련의 최근 움직임은 더이상 견디기 힘든
경제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북한의 선택은 자명하다. 핵의혹을 불식하고 국제사회와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오늘의 북한사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러 상황을 가정,
적절한 대책을 생각하는 일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순간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