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조 < 대우경제연구소 주임연구원 >


세계금융시장의 추세와 최근 변동상황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요즘 들어
자금수요자측의 입장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용자본은 한정된
반면 각국 정부 민간기업 국제기구 등의 차입수요는 줄곧 늘어남으로써
일어난 현상이다.

자본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는 것은 우선 선진국들의 신용공여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캐나다 유럽 제국들은 그간의
경기침체에 따른 재정적자 누증으로 거액의 자본을 오히려 끌어들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더구나 독일의 경우 매년 수백억달러규모의 무역흑자를 배경으로 해외
유가증권 투자에 그간 활발히 참여해 왔지만 통독후에는 재정난이 가중
되면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차입우위로 돌아서고 있다.

약4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적자 누적, 독일의 무역흑자폭 축소 등에
따라 자본제공 능력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일본 대만등 아시아지역 무역
흑자국들의 장기자본 공급자로서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다.

해외로의 직간접 투자확대로 해마다 큰 폭의 장기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해
가며 과거에 미국및 유럽국가들이 맡아오던 자본수출국으로서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신하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 영국등의 전통적인 자본수출국들이 순채무국으로 전락하고
있는데도 개도국들의 자금수요는 최근 수년간 계속 늘고만 있다.

OPEC국가들의 경우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제수지 악화로 자금공여자에서
이제는 자금차입자로 전환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비산유개도국및 구공산권 국가들의 대부분은 작년이후 가산금리와
부대수수료가 부가되는 악성 단기차관의 도입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등 자본잉여국가들의 미국등 여타 선진국들에 대한 자본공급은
90년이후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어도 중국 동남아와 시장개혁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남미 개도국등에 대한 지원은 급증해 UNCTAD에 따르면
전세계 총 외국인투자 유입액을 기준으로 개도국 차입이 점하는 비중은
86~90년중 17%에서 92년에는 32%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의 자율화 추세가 범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과 함께 최근에는 주식
채권 발행등 직접 금융에 의한 자본조달이 급속히 늘어나는 자본수급면에서
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유가증권 발행을 통한 차입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반면
중장기 자본조달원으로서 신디케이트론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중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차입현황을 보면 총 조달액
8천1백5억달러중 국제채 발행에 의한 차입은 4천8백1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반해 신디케이트론은 1천3백1억달러,주식은 4백7억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기채(MTN), 유러CP 등으로 자금이 조달되었다.

신디케이트론 시장이 이같이 위축되는 이유로는 만기구조, 기체및 상환
방법의 다양성 등에서 채권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져 온 것을 들수 있다.

가령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현재 평균 대출기간이 10년전에 비해 3~3.6년
이나 짧은 5.2년인데 비해 채권부문은 만기가 오히려 중장기화하고 있는데다
가산금리 건당 조달가능금액 등에서도 은행대출 분야는 비교우위를 많이
잃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각국에서 은행들의 증권업 겸업 내지는 자회사설립을
통한 증권업 진출이 허용됨으로써 국제 상업은행들은 기채자 혹은 투자자
로서 채권시장에도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이것은 예대마진 축소, 고수익 금융상품출현, 부실채권 우려등에 따른
은행들의 새로운 자산부채관리 전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그 결과
신디케이트론의 시장기반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국제채부문의 신장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자금수급 구조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금융규제완화 움직임속에 금융자산의 증권화가
빠르게 진전됨으로써 채권의 수금기반이 확충되고 있을뿐 아니라 은행들은
대출 비중을 점차 낮추는 대신 환금성및 수익성면에서 유리한 채권 주식등의
편입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세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규모가 매년 비약적으로 확대되면서 은행 증권 보험등 거의 모든
기관투자가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지배력은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외환시장을 한 예로 들면 하루 최대 거래액은 1조달러 규모인 것으로 국제
결제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이정도의 규모라면 중앙은행들은 물론 그 어느 대형기관들도 큰 영향을
미칠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년 동남아및 중남미 증시의 폭등과 금년 2월
이래 지속되고 있는 미금융시장 불안등에서 알수있듯이 미국등의 기관
투자가들은 시장의 기대심리를 일시에 바꾸어 놓는 예가 흔하다.

이중에서도 환매청구권부 증권을 일반에 매출해 자금을 조성하고 그 운용
성과에 따라 배당금이나 분배금을 지급하는 헤지펀드 뮤추얼펀드등 각종
펀드들의 거래패턴은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선물거래등에서 소액의 거래 보증금만을 맡긴채 최고 1백배 정도까지
거래규모를 부풀리고 시장의 교란을 이용해 투기거래를 일삼는다는 지적
이다.

이에따라 선물 옵션등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일정한 규범확립과
더불어 각종 펀드들에 대한 대출기준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활동에 대한 규제가 일반의 대규모 펀드이탈 사태로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에 더 큰 문제가 초래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어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제방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통합속도는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각국이 대내외로부터의 압력으로 인해
금융의 자율화 증권화 국제화를 앞당겨 추진하고 있으므로 주요 금융시장간
의 연계성은 서서히 증대될 것이다.

앞으로는 주가 금리 환율등의 급변에 따른 영향이 국내 금융시장에 곧바로
파급될 공산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 셈이다.

또한 국제금리및 환율 변등폭의 확대로 인한 리스크증대로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수 있을것 같다.

파생금융상품이 고속성장을 거듭한 끝에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하였다는
평가도 있으나 시장여건과 새로운 필요에 맞추어 그간 항상 신상품이
개발되어 왔다는 점에서 아직은 성장가능성이 더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

향후에는 무역 자본거래에서 사용되는 통화도 엔화 마르크화등으로 다극화
되는 추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일본과 독일의 장기적인 물가안정등에 따라 이들 통화에
대한 투자신인도가 높아지고 있고 각국이 금융자율화 조치를 확대 추진
함으로써 유러엔및 유러마르크화 표시채권에 대한 수요공급 기반이 확충
되리라는 것을 지목할수 있다.

둘째는 미국의 순채무국 전락과 일본의 장기자본공급국 부상으로 지금까지
달러화 사용비중이 높은 유러예금,신디케이트론의 분야에서도 엔화등의
사용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 달러화의 역할 축소등 국제통화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엔화의 역할이
강화될 공산이 크며 더욱이 유럽의 금융통화통합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무역
자본거래를 위한 마르크화 혹은 EU단일통화 사용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