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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장에서 돈을 찾아 다른 통장으로 입금시킬때 은행원들은 "대체"라는
도장을 찍는다.

현금의 실질적인 입출금없이 서류상으로만 왔다갔다한다는 의미에서이다.
대체라는 도장이 사용되는 데는 또 있다. 같은 은행직원끼리 결혼하는
경우이다.

은행원들은 행내커플을 "대체방"이라고 부른다. 은행직원중 10%정도는
대체방이다.

이밖에 "교환방" "출납방"까지 합하면 주위사람과 결혼한 은행원은 대략
30%가까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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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중소기업은행지점장. 그는 비서실에 근무하던 시절인 지난75년 "대체"
라는 도장을 찍었다. 대상은 역시 비서실여직원. 동기는 간단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다보니 우선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퇴근도 그렇고 회식도
같이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다보니 정이 들게 마련.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속속들이 알수도 있었다.

물론 임지점장은 의도된 대체라는 지적에 겉으로는 펄쩍 뛴다.

"언젠가 설악산에 단체로 야유회를 갔었지요. 술도 먹은김에 좋아한다는
뜻을 내비쳤죠. 그러다보니 같이 살게 됐지 뭡니까"

대체방을 찍기위한 필수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보안"이다. 그래서 은행
에서는 "깜짝쇼"가 종종 연출된다. 하나은행의 박미종대리가 그런 케이스.

수신담당인 박대리는 지난4일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는 여직원과 결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눈치를 채지 못한 주위에서는 깜짝 놀랄수 밖에.

외환은행중부지점의 박종림씨는 스스로 보완을 누설해버린 경우이다.
박씨는 지난92년초 소공동지점에서 부인인 금한경씨를 만났다. 그후 1년이
지난 93년초까지는 "보완"을 철저히 유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금씨가
비서실로 발령나자 박씨는 교제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지레 짐작,
보안을 공표하고 말았다.

직원들끼리 결혼할 것이라고 알려지면 다른 지점으로 발령내는게 은행의
관행이어서였다.

과거엔 은행원 대부분이 대체방이었다. 은행원이 적었던 시절, 그리고
은행이 손꼽히는 직장이었던 시절, 은행원은 최고의 신랑감였다. 여행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은행원 두사람중 한명은 이른바 "엘리트대체방"
이었다고 한다.

송기태전조흥은행장이나 김준협전서울신탁은행장등이 대표적이었다.
현직에 있는 임원이나 고참부장중에서도 대체방을 찾아보는건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로 대체방은 많다. 대형은행의 경우 전체 1만여명의 직원중
1천여명에 이를 정도이다.

과거의 대체방은 주로 최고의 결혼대상자라는 이유에서 탄생했다. 요즘의
대체방은 좀 더 현실적인 이유에서 맺어진다. 생활을 위해선 맞벌이가 필요
하다. 은행은 출퇴근시간이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서 주부직장으로는 더없이
좋다.

이런 장점들이 "딴주머니를 찰수 없을 정도로 사정을 빤히 아는"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고 한다.

하나은행신탁부의 박종삼씨는 은행행사에 평화은행에 근무하는 부인을
좀체 동참시키려 하지 않는다. "행여 우리은행의 정보를 빼내 가면 어떻게
하느냐"가 박씨가 내세우는 이유이다. 박씨의 이런 행동은 "교환방"이기
때문에 나온다. 교환방이란 다른 은행 직원들과 결혼한 사람을 일컫는다.
다른 은행과 어음이나 수표를 돌렸을때 "교환"이라는 도장을 찍는다는데서
따온 말이다.

한중안중소기업은행대리는 "출납방"으로 불린다. 출납이란 은행에서
손님에게 돈을 내주고 전표에 찍는 도장. 은행원과 손님과의 사이에
이뤄지는 결혼이 바로 출납방이다.

한대리는 대부계를 보던 지난86년 거래 중소기업에서 어음할인을 하러
오던 현재의 부인을 만났다.

하나은행강남영영업점의 김모씨는 섭외차원에서 출납방을 찍은 케이스다.
거액을 예금하고 있던 손님으로 부터 자기의 조카를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던 것.

김씨는 당시 결혼에 별로 뜻이 없었으나 손님이 워낙 주요고객이라 권유를
거절할수 없었다고 한다.

"은행원이 예금유치라면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라는게 당시 김씨의
"출정사"였다고 한다. 이렇듯 은행원들의 결혼은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무래도 정이들기 때문이다.

물론 사내결혼이 많기는 다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원들은 그
숫자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보면 은행원들의 결혼풍속 역시
끼리끼리 어울리려는 보수적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다고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