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서 잊혀져가는 것이 자꾸만 느는 요즘. 그러나 우리들에게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월남에서 2년간 군대생활을 마치고 72년 귀국한 전우들끼리 73년부터
모임을 결성해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활동해오고 있다.

모임의 이름은 불바다 같았던 전쟁터에서 죽지않고 살았다고 해서
"불사조" 월남의 퀴논 근처 앙케패스전에 참전했던 우리 전우들은
맹호부대 기갑연대 수색중대 소속으로 전쟁중 9명이 장렬히 전사하고
지금은 25명의 회원이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매달 지역벼러로 돌아가면서 모임을 갖다가 6월5일에는 서울에서 모여
6월6일 현충일에 동작동 국립묘지로 참배를 간다. 뜨거운 태양아래 초록색
잔디는 푸르기만 한데 20여년을 한결같이 침묵속에 누워있는 옛 전우가
그렇게 그리울수가 없다.

1소대장이 쓰러지자 2소대장이 구출하러 갔다가 함께 전사했던 때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생생하다.

그들을 추억하며 한참을 서 있다보면 그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함을 느끼고 돌아선다. 그렇게 우리 불사조 회원들은 인생을 살면서
1년에 한번씩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느껴본다.

지금까지도 우리들은 사회적인 지위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그때의 계급으로 돌아간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임규섭(부산통합병원 인사부장)씨가 명예회장, 하사관
이었던 최창묵(안국약품 총무부)씨는 회장을 맡아 우리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회장은 조기축구회 활동도 열심히 하는 한편 틈만나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필자를 비롯한 그외 회원들은 병장출신들이다.

온화한 성품의 노기정(의정부지원 비상계획관)씨는 축구등 운동에
열심이고 최만종(삼성정밀공업사 대표)씨는 대학에서 전공한 정치외교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대개의 회원들이 노래부르기를 좋아해 마이크를 잡으면 10곡 정도는
메들리로 뽑는다. 젊은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맺어진 인연 때문인지
회원들이 꼭 한가족 같다. 경조사가 생기면 회원들이 내일처럼 달려와
도와주니 "해결사"가 따로 없다.

올해 불사조 모임은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20년전 젊음을 불살랐던
격전지-월남의 암케패스를 방문하는 일이다. 공산국가라는 두터운 장벽
때문에 영영 못가볼줄 알았는데 강산도 2번 변할만큼의 세월은 그 벽조차
허물어뜨려 놓았다.

그곳에 가서 우리 젊음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한번 둘러볼 참이다. 우리
불사조 회원들의 가슴에 살아쉼쉬는 옛 전우들의 추억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