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병에는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 육체적인 병은 증상이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게 되나 정신적인 병은 겉으로 멀쩡하면서도 증상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게 특정이다. 정신적인 병은 자칫하면 병인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의 가장 극단적인 것이 잘못된 의식의 병이다.

외국제 상품 선호병도 그중의 하나다. 나라가 가난하던 시절에 제대로
상품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설사 만들어 낸다하더라도 질이 너무 조잡했기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외국으로부터의 상품 수입길이 막혀
있던 때만해도 해외여행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는 것에서 입는 것,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한가지라도 사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없었을거다.

그것은 한사람 한사람을 떼어 놓고 보라면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 아닐 것
같으나 나라와 국민 전체의 유.무형의 손익을 따져 볼 때는 분명한
병리이학이 아닐수 없다.

광복이후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 오고 또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 지면서 어느덧 우리에게 의식의 병으로 정착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이
국내외에서 중증으로 표출된 것은 해외여행 자유화와 외국상품 수입개방
이후다.

해외여행자들이 미국의 어느 소도시 쇼핑센터에 들려 몇몇 제품의 재고를
바닥낼 정도로 몽땅 사버렸다는 외지의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는가 하면
일본을 여행한 상류층 주부들이 일제 보온밥통을 줄줄이 사들고 공항을
들어오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은적이 있다. 또 외제 의류들이 수입되어
상상을 뛰어넘는 값으로 상류층에 팔려나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1달러를 쓰는데도 합리적 사고를 하고 여유있는 돈을 사회의 공익사업에
희사하는 선진국민들의 근검절약정신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비뚤어진
일각의 의식표출행태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요즘 걸레제조용으로 수입해온 중에 섞인 중고 청바지가 바래고
찢어진 청바지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취향에 편승하여 고가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는것 또한 외제선호병에 찌든 의식을 악용한 상혼의 탈선이다.
잿밥에 더 탐을 낸 넝마수입관련업자들은 없는지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이젠 외제를 구실로 돈을 벌거나 제대로 되지도 않은 외제옷을 입고 뽐을
내는 일을 그만둘 단계가 되지 않았는가. 넝마를 입고 다니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외국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