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역전략은 수출입의 차가 항구적으로 플러스가 되도록 주의깊게
짜여져 있다고 영이코노미스트지의 편집장 빌 에모트가 분석한 적이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일본의 산업정책, 수출전략은 정부의 장기적인 일련의
지원에 의해 뒷받침돼왔다. 이 정책이 지향하고 있는 것은 수출팽창주의,
산업패권주의다. 현재 일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무역마찰의 기본구도
는 여기서 비롯된다.

9일 일대장성이 발표한 93회계연도(93.4~94.3)의 국제수지통계는 일본의
이같은 무역전략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작년도 일본의 경상흑자는 1,300억달러, 무역흑자는 1,430억달러로 두 지표
모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하여 수출은 6.1%, 수입은 6.9%
늘었는데 수입증가가 수출증가율을 앞선것은 시장개방이 약간은 진전되었음
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무역흑자와 경상흑자는 엔고,
저유가, 내수정체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및 전자제품은 전년비 31.7%나 늘어났으며 자동차
부품과 엔진류는 각각 17.8%와 17.7% 늘어났다.

반도체 가전과 자동차분야는 현재 일본경기불황의 출발점이다. 관련
주요메이커는 최근 수년간 적자 순익감소 공장폐쇄 조업단축 대량해고등
감량경영의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불황의 와중에서도 수출신장을
기하고 있다는 것은 이분야에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
한다. 얼마전 미국의 한 조사기관이 실시한 미.일양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
비교분석에 의하면 가격경쟁력은 미국이 앞서고 있으나 제품의 품질경쟁은
일본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의 우수성이 환율의 장벽을 넘을수 있음
은 우리 기업에도 교훈이 된다.

일본의 대동남아수출은 전년비 64%이상 증가함으로써 대아시아 전체
흑자폭은 대미흑자폭을 앞서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대아시아지역 수출
증대 추세에서 우리의 대일무역적자도 100억달러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봄 엔고 진행이래 국내의 자동차 중화학 반도체수출이 고무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1.4분기 일본으로부터의 자본재도입증가로 인한 적자
요인이 25억달러였다면 무역수지개선은 어렵게 된다. 구조개선이 시급하다.

어쨌든 일본의 무역흑자를 놓고 세계 무역전체를 조감한다면 무역전쟁에서
의 승자는 일본뿐이고 나머지는 패자가 된다. 이러한 무역구도는 결국 무역
마찰을 증폭시킬 뿐이다. 일본은 무역흑자를 줄이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폭넓은 내수확대 재정정책 시장개방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없다면 무역마찰은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