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는 48시간이고 재무부는 72시간이다. 대통령이 변화와 개혁을
아무리 외쳐봐라. 이 시간이 바뀌나. 요지부동일게 분명하다"

재무관료출신 H씨의 단언이다.

"48시간.72시간론"을 풀이하면 이렇다.

어떤 난제에 부닥치더라도 이들 부처는 한번 마음만 먹었다하면 이 시간
내에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 난제라고 해봤자 무슨 정책적인 문제가
아니다. 부처이기주의와 관련된 불이익을 말한다.

가령 대통령이 "내무부가 뭐가 필요한가. 없애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치자. 이 지시가 "48시간내에" 결행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지시는 다시 바뀔 것이란 얘기다.

"내무부, 그거 알고보니 아주 중요한 부처더구만. 없애라던 말은 없던
걸로 하게". 그만큼 "파워"도 세고 로비력도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처럼 막강한 로비력과 "끗발"은 몽둥이(내무부)와 돈줄(재무부)에서
비롯된다. 이 것중의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구워삶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건 불문가지.

그러나 H씨의 말은 한물 간 얘기다.

이젠 "재무부가 48시간이고 내무부는 72시간이 됐다"(환경처 S과장).
문민시대들어 "몽둥이"는 상대적으로 약해졌으나 돈의 위력은 오히려 더
세졌다는 얘기다.

재무부는 부처성격상 규제행정이 거의 다나 마찬가지다. 통화 금융 세제
등 재무부가 다루는 분야는 국가경제의 중핵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걸
함부로 풀어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재무부니 속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한걸음만 잘못 물러서도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이 경제전반에 미치기때문"
(재무부 L국장)이다. 그러나 재무부의 "규제논리"에 이런 순수한 동기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불행은 부처내 집단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데 있다. 끗발을 지키기
위해 규제장치를 만들었고, 그걸 고수하기위해 또 규제를 만든다는게
일반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무부 관세국의 한 사무관이 자랑스레 했다는 말을 들어보자.

"언젠가 차관보로부터 관세규제 완화방안을 내놓으라는 지시를 받았죠.
저는 그 자리에서 "관세규제를 풀면 기업을 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세수도 펑크가 날거고요"라며 반대했죠.

몇가지 시늉만 하는 규제완화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더니 "그럴듯 하다"
며 수긍하더군요" 이런 식의 마인드가 고쳐지지 않는 한 규제완화가
아무리 추진돼봐야 "알맹이 있는" 규제철폐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할 수밖에.

청와대집계에 따르면 신정부들어서 재무부는 지금까지 모두 3백여건의
규제를 풀어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린 부처로 돼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규제장벽을 가장 높이 쌓고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단행한 규제완화도 알맹이를 뺀체 "전시성"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외환관리규정의 규제완화 실적이다.

수출선수금영수에 대한 규제의 경우 규제자체를 없애야 한다는게 업계는
물론 다른 경제부처의 주장인데 반해 재무부는 작년 본.지사간 거래에
한해 건당 5천달러에서 1만달러로 높였다가, 최근에 다시 2만달러로 높여
"건수"만 채운 것.

정작 핵심은 그대로 둔채 주변만 건드리는 재탕 삼탕의 규제완화 실적
쌓기로 생색만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들어서의 규제완화작업이 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여론의
비판도 그러니까 절반은 재무부탓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해야 L그룹회장이 대통령에게 "재무부때문에 일을 못하겠다"고까지
직언했을까. 더 큰 문제는 재무관료들의 규제마인드로 굳어진
사고방식이다.

이 그룹회장의 얘기가 재무부쪽으로 흘러들어가자 "누구때문에 그만큼
컸는데 이제와서 감히."라는게 재무관료들의 일치된 "정서"였다는 것.

이런 반발은 즉각 이 그룹에 대한 금융지원봉쇄와 계열단자사의 종김사
전환 억제등 직접적인 보복책을 실무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재무관료들의 "집단보복 움직임"이 다시 청와대쪽으로 흘러 들어갔고,
이를 전해들은 재무장관이 "당장 없던 일로 하고 입조심하라"고 일갈해
유야무야되기는 했지만.

하기야 어느나라나 재무관료들의 위세는 드세다.

일본에서도 "대장성(재무부격)관리는 다른 경제부처보다 2계급씩 위다"
느니 "정부구조가 대장성이 다른 경제부처들을 찍어누르는 대장지배체제"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재무부의 한 신참사무관이 상공자원부와의 업무
협의에서 마찰음이 일자 10년도 연조가 위인 상공부 고참사무관에게
"이런 식으로 우리 업무에 협조해주지 않으면 공무원생활이 괴로울줄
알라"고 윽박질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지고있다.

일본에서도 요즘 대장성관료들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관료두들겨패기"가
시작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료개혁의 시발점이 재무관료개조론에서
비롯돼야 한다면 지나친 얘기일까.

모경제부처 고위관리가 재무관료들에 대해 펴는 "아프리카 백개미론"은
이런 점에서 시사적이다.

"낮엔 못설치고 밤에만 나다닌다. 밖의 환경변화는 감지조차 못하고
안으로 울타리만 친다. 그러다가 코끼리가 지나가면 밟혀 무너지고
만다"는.

지금은 코끼라(UR)가 다가오는 국제화 개방화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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