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사실상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현대그룹
에 가해지던 각종 제재조치가 언제쯤 풀리게 될 것인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
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에 대한 각종 제재는 각계열사에 대한 <>산업은행의 설비
자금 배정중단 <>해외증권 발행제한 <>상장이나 장외등록 불허등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이에따라 현대그룹 각계열사들은 설비자금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는 올해 자동차가 전주 상용차공장및 아산 승용차공장 건설을, 전자가
16메가D램 전용라인 건설및 반도체연구소 건설을, 중공업이 도크증설을
추진하고 있는등 설비투자에만 총3조3천억원의 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설비자금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투자비는 내부유보에만
의존할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또한 한계에 부딪쳐 현재 모든 계획이
연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동차 전자등은 수출호조속에서 증설이 계획보다 크게 늦어져 수출
확대의 호기를 놓치지 않나 하는 우려감마져 팽배했다.

<>.산업설비자금 배정=산업은행이 현대그룹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은 지난 92년하반기. 현대그룹은 올해만도 1조2천억원의 시설자금을 신청
했으나 산업은행에서 거부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식해야 하는 산업은행으로선 "공식신청이
없었다"며 "신청이 없는데 어떻게 승인할수 있느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대해 정부당국자는 3일 "산업은행은 현대그룹과 대출상담은 현행대로
하여금 계속해 왔으나 자금신청자체를 못하도록한 것으로 안다"고 저간의
사정을 밝혔다. 그는 이제는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에 시설자금신청을 거부할
명분히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경제논리
로만 본다면 대출재개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그룹측이 자동차와 전자등을 중심으로 자금신청을 해
온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년여 계속돼왔던 현대그룹과 산업은행의 "대리전"이 해소되는것도
이제는 시간만 남은 셈이됐다.

<>.장외시장등록및 해외증권 발행=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
엘리베이터등은 지난92년부터 두차례에 걸쳐 장외시장등록을 신청했으나
2년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 장외시장을 관리하는 한국증권업협회
가 등록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지난92년3월의 첫신청때는 뒤늦게 만든 "5대그룹계열사는 등록보류할수
있다"는 조항에 걸려 보류됐고 지난해4월 이조항이 삭제된뒤인 지난해 9월의
두번째 신청은 "물량과다"란 이유가 붙었다. 그러나 증권계에서는 정치권과
의 불편한 관계가 진짜 이유로 알려졌었다. 현대측은 지난4월에도 등록
신청서를 또 낼려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자진포기 했었다.

지난3월 현대자동차가 시설재도입을 위해 발행하려던 해외주식예탁증서
(DR)도 최종단계에서 석연치않은 이유로 무산됐다. 증권업협회의 물량조정
기준에 따라 발행이 가능했으나 주간사를 맡은 대우증권이 갑자기 "주간사
포기"를 선언해 신청조차 못한셈이 됐다. 대우증권이 이같은 이례적인 결정
을 내린 배경에 대해 증권계에서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지한 증권당국의
압력으로 해석.

장외등록에 대해 현대측은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3개사의 장외등록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그 시기
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현대3사의 장외등록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상의 권한을 가진 증권업
협회도 "신청서가 접수되면 규정에 따라 처리할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지만 상황의 변화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대해 증권당국의 한관계자는 "정부가 이같은 문제에 대해 공식개입한
적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히고
"경제논리로 볼때 무한정 묶어둘수는 없는일"이라고 언급, 그는 특히 현대
쪽에서 신호를 내보냈으므로 정책당국의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정건수.하영춘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