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교육부가 모든 대학에 충격적인 지시공문을 발송한바 있다.

외국인 교수를 단기간 채용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전문
학회 회장의 외견서를 첨부하여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교수의 국내활동을 억제하려는 의도임에 틀림없다.

앞선것 적극수용 정규 교수직에 외국인 채용을 억제하라고 하였다면
혹시 이해할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단기적인 외국인 교수들의 초빙조차도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최신 학문의 세계적 조류에 부단없이
접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통령을 필두로 하여 온 국가가 국제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화를 최대의 당면과제로 삼고있는 이 때에 내려진 조치라니 도대체
어떤 발상에 의해 내려진 것인지 이해할수가 없다.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는 교육부가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고있는 국제화
의 중심이 결국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

국제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마디로 규정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외국의 자본이나 기술,혹은 관행이나 제도를 직접 도입하여 한국
에 이전해 놓았다고 국제화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합리적으로 외국것을 수용할수 있으며 또 자신있게 우리
의 것을 외국인에게 내 놓을수 있을때 국제화가 이루어졌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국제화의 중심은 역시 사람이고 또 우리의 의식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국제화가 그렇게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사람과
의식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도에서가 아닐까.

자유무역이 확대되고 각국의 경제가 개방됨에 따라 국경이 낮아져서 상품
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노동도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있다.

그리하여 자본과 단순노동이 생산하는 상품은 쉽사리 국제화되고 있으며
어느 나라에서나 거의 똑같은 상품을 보게되는 것이다.

우리것으로 소화 미국이 UR타결을 강력히 추진한것은 비록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해 많은 단순제조업제품에서 미국시장을 개도국들에 넘겨주게
될것이나 지적재산권이나 서비스면에서 큰시장을 얻게 된다는 점을
계산한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데 단순 제조업제품들이 오늘날 세계경제의 교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지적재산권 서비스 그리고 고도의 지적수준을
요구하는 첨단제품들의 거래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작은것을 잃는 대신 보다 큰것을 얻자는 속셈을 지닌것
이다. 여기서 기억해야할 것은 지적재산권이나 서비스와 같은 부문에서의
경쟁력은 사람에 체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에 체화되어 있는 경쟁력은 그사람이 비록 국경을 넘나든다해도 다른
나라에 쉽사리 유출되는 것이 아니다. 고도의 지적수준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대등한 관계속에서 만이 교환되어질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그야말로 좌우협공에 대처해야하는 형국에 놓여있다. 후발
개도국들에 많은 상품시장을 넘겨주어야할뿐더러 첨단산업은 물론 서비스
시장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로부터 강한 개방압력을 받고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쳐나가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끊임없이 국제화
하며 선진국의 첨단기술은 물론 사회경제적 제도와 관행을 익히고 필요
에 따라서는 이를 우리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부분에서의
경쟁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지적교류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

우리의 주위에는 아직도 사람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많은 규제들이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한 외국인 교수채용억제가 대표적인 실례이다.

규제는 이제 그만 그뿐아니다. 공무원들이 자기돈 들여 휴가를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고있다.

필자의 친구인 한 부장판사는 나이가 50이 되도록 일본과 미국을 보지
못했단다. 수많은 젊은 신혼부부들이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판에
우리사회의 지도급 두뇌들의 여행에 제한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사회 지도급인사들의 강제된 절약이 오히려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가져와
잘못된 정책을 입안하여 보다 큰 낭비를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또한 국제화란 쌍무적 관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외국교수
들이 한국에 올수 없을때 한국의 교수들이 외국에 가지 못하거나 갈
기회가 크게 줄어들게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국제적 변화에 대한 감각이 없이 만들어진 정책과 판결과 여론이 우리
사회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되는것은 아닐까.

국제화를 위해 우리는 이제 과감히 고급두뇌의 자유로운 교류를 허락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겉으로만 국제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국제화를 추진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