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19일 실시된 한국통신주식의 공매입찰이 과열현상을 빚으면서
갖가지 후유증을 쏟아내고 있다. 입찰대행을 맡았던 외환은행은 내부자거래
와 컴퓨터조작시비에 휘말려 행장이 물러나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신용"의
대명사처럼돼있는 은행의 공신력에 흠집을 내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외환은행의 사건은 과욕이 빚은 실수와 제도적 미비,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도덕성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오히려 반성과 시정의
계기로 활용될수 있어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것
같다.

문제는 주식입찰청약의 과열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한국통신주식입찰과 하루 이틀의 시차를 두고 실시된 태영의 CB(전환사채)
청약이나 상업은행등의 실권주공모도 다같이 많은 돈이 몰리는 과열현상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는 가격이 싸다고 생각된 탓이다. 싼값에 사뒀다가 일정기간이 지난뒤
주식이 상장되거나 주식전환이 이뤄져 처분할수 있게되면 많은 차익을
챙길수 있다는 계산이다.

돈은 이윤이 많은 곳으로 흐르게 돼있다. 수익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상품에 돈이 물리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번 청약의 과열현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우선 시중에 여유자금이 의외로 많다고 느껴지고 이러한 주식청약열기가
"돈놓고 돈먹기"식의 머니게임으로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모든 경매가 그렇듯이 필요이상의 경쟁이 나타나면 상품가치평가가 실제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경제의 거품이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없는 주식가격의 상승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는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된다.

특히 이번 청약에는 일반여유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중개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기관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돈먹기"게임에 필요이상의 열을
올려 일반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경제의
객체로서 당연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막강한 힘과 정보력 그리고
자금의 뒷받침을 받고있는 기관들과 일반투자자들과의 경쟁은 불공정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머니게임을 앞장서 유발시키는 것은 권장할 일도
아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물가상황을 감안하면 재테크의 과열이 투기나 인플레기대
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보다 범위를 좁혀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만 따져 보더라도 결코 긍정적
이지 못하다. 한국통신주식이나 태영CB등은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주식시장
에 상장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은 자금의 회전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
더구나 이를 주식 청약자금이 대부분 기존의 증시자금에서 빠져나간 것이라
고 보아도 무방하다. 가뜩이나 취약한 증시기반을 더욱 약화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장기적인 산업자금조달창구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일면이 아닐수 없다.

또 하나는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너무 높지
않느냐는 걱정이다.

투자자들은 비상장기업인 한국통신의 경우 동업종의 상장기업주가를 기준
으로, 그리고 상장기업인 태영CB의 경우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기대
수익률을 계산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동업종인 데이콤의 주가가 14만원선
에서 이르고 이동통신은 30만원선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통신
주식을 주당 3만원안팎(결과적으로는 주당 3만4,700원에 매입)에 사둔다는
것은 횡재가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들 기업과의 차이는 회사내용이 크게
다를뿐 아니라 한국통신은 정부투자기업이라는 차원에서 "국민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태영CB의 경우도 전환주식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물론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싼값"이라고 판단하기는 충분하다. 하지만 주식시세가 내년에는
최소한 현재의 수준이상으로 유지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감안이 과소평가되고 있는듯 싶다.

우리 경제는 아직 구조적전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흥청거릴 여유가
없다. 중소기업이나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내수산업분야의 생존몸부림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여기에 머니게임의 열풍이 닥친다면 우리사회의 결속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책탓만 할일도 아닌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