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시장이 중동특수이후 최대의 호황을 맞고있지만 이 호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극복해야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시장경기가 좋아질수록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그동안 해외업체에
의존해온 후진국들도 이젠 자국업체들을 키워내 웬만한 공사는 자체소화해
낼수 있다. 선진국들은 그들의 장기인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파고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업체들이 과거 중동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새시장에
진출하기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는 뼈를 깎는 업체 스스로의 자성과 자세전환
이 시급하다.


>>> 과당경쟁 <<<

삼성건설 태국지사에 근무하는 안병태씨(실롬프레셔스타워현장소장)는
방콕시내 츠쿰빗로드를 지날때 마다 기분이 언짢아진다.

지난 여름 8천5백만달러짜리 공사를 수주 일보직전에 일본의 오바야시에
빼앗겼던 쓰라린 기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달이상 온갖 정성을 기울여 삼성으로 낙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
했던 공사가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일본업체로 돌아갔던 것이다.

삼성과 함께 최종후보로 올랐던 일본의 다케다와 오바야시가 짜고
오바야시가 삼성의 예상을 깬 저가로 입찰, 공사를 따간 것이었다.

물론 다음 공사에선 오바야시가 들러리를 서주고 다케다를 밀어준다는
약속이 암묵리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삼성측은 짐작하고 있다.

이런 합의는 한달에 한번씩 방콕에서 열리는 일본건설업체 현지지사장들의
골프모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삼성측의 분석이다.

안씨는 눈앞의 한건공사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동수주전략을 구사하는
일본업체들이 얄밉기보다는 한국업체들의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더 개탄
한다.

해외에선 일본업체들은 철저히 뭉치지만 한국업체들은 정반대다.

단순 노무정보조차 서로 교환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파키스탄에 첫 진출한 국내 L건설회사는 현지에서 구할수 있는 기초건자재
에 대한 정보를 구하지 못해 전부 국내에서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견적을
뽑았다가 결국 터키업체에 공사를 빼앗겼다.

파키스탄에 뿌리를 내린 대우등 선발업체에 전화 한통화만 하면 알수
있었던 것을 자기들끼리 쉬쉬하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결국 낭패를 당한
것이다.

싱가포르같은 노련하고 약삭빠른 발주자들은 한국업체들의 이같은 이전
투구를 악용해서 공사단가를 깎아내리기 일쑤다.

정탄걸현대건설 싱가포르지사장은 "모 공사입찰에 한국의 2개업체가 최종
후보로 올라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눈치챈 발주처는
홍콩으로 이들을 불러낸후 마치 경매하듯이 공사단가를 깎아 내렸다"면서
"결국 그공사를 때낸 업체는 큰손해를 봤을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부족 <<<

최근 한진건설(구 한일개발)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공공공사인
요코하마항 물류센터 공사를 수주했다.

일본에는 13개 한국업체가 특인을 받아 진출해 있으나 이 공사정보를
사전에 한회사도 입수하지 못했다.

입찰하루를 남겨놓고 요코하마 영사관이 주일한국대사관에 연락함으로써
우리업체들이 부랴부랴 입찰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공노명주일대사는 "건설의 정보수집과 분석에 큰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부족은 단순히 수주정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공에 필요한 정보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김광수 대우 파키스탄고속
도로 현장소장은 "92년 현장가설때 현지업체정보가 어두워 20~30%나 높은
가격에 현장막사 신축공사를 현지업체에 줬다"고 술회했다.

노무관리에 대한 정보도 어둡다.

파키스탄에 진출, 댐공사를 수행했던 국내 H사는 3자개입과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이 나라의 노동관계법을 잘 몰라 크게 낭패를 당했다.

이 회사는 파키스탄이 후진국이지만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은 탓으로
노동관계법규가 선진국수준으로 정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국내수준이거나 그 이하일 것으로 지레짐작한 것이 잘못됐던 것이다.

이때문에 30가지가 넘는 수당과 2백달러가 넘는 임금을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국내건설업체가 현지정보부족으로 인해 불필요한 클레임을
물거나 발주처의 신뢰상실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 금융지원 <<<

해외건설시장에서 이제 중동시절처럼 단순시공만으로 승부하던 시절은
지났다. 특히 동남아등 신흥공업및 후발개도국의 경우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고 공사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공자 금융형태의 공사발주를 상례화
하고있다.

이제 자금을 들고 남다른 기획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이른바 창조수주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있다.

국내기업들은 해외건설에 대한 금융지원이 거의 전무한 현실속에서 외국의
금융기관이나 자금이 풍부한 선진국업체들을 끌어들여 공사를 따내는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라키얏플라자 공사를 따낸 대우의 경우 외국계
은행을 통해 자금알선을 해줌으로써 수주에 성공할수 있었다.

왕효석 삼성말레이시아지점장은 "일본업체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발주처와
벌이는 로비탓에 국내업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태국 플로네히트 무역센터 수주경쟁에서 마지막 순간에 일본업체
끼리의 교묘한 담합과 자금지원공세에 밀려 오바야시에 밀렸다.

송점종 대우콸라룸푸르지사장도 "이제 자금동원력없이 동남아 공사수주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