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다케코는 대원들과 함께 다시 하라 대장을 찾아갔다. 오늘은
쓰루가성에 있는 데루히메의 곁으로 가야겠는데,어제 오후에 이미 온
시내를 적군이 휩쓸다시피 하고, 성곽의 일부에까지 접근을 했다고 하니,
자기네 낭자대 단독으로는 도저히 입성을 할수 있을것 같지가 않아서
남자들의 정규부대와 함께 싸우며 쓰루가성으로 들어갔으면 해서였다.

다케코로부터 그 부탁을 들은 하라는 난처했다. 자기네 부대는 포병이어서
나기나다를 든 여인무사들이 필요없었고, 설령 쓸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개 포병부대의 대장에 불과한 자기로서는 여자들을 부대에 편입시킬 그런
권한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고 싶었다.

마침 가로인 가야노곤베에가 지휘하는 부대가 요네사와구치로부터 후퇴하여
반게에 와 있었다. 하라는 그곳으로 낭자대를 데리고 갔다.

얘기를 들은 가야노는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들이 전투에 참가하는 일은
자고로 없는 일이고, 아이즈번은 힘이 모자라서 여자들까지 동원했다는
비웃음을 살게 뻔하니,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케코와 고코 모녀를 비롯해서 몇몇 여자들이 물러설 줄을 모르고
간곡히 부탁을 하자 가야노는, "예부터 싸움터에는 여자들을 같이 데리고
가는 것도 안되는 걸로 되어 있소. 패전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오"하고
이맛살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다케코는 말했다.

"만약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원 이곳에서 자결을 할
각옵니다. 그러면 가야노 도노께서 저희들의 넋을 거두어 주셔야 돼요.
알겠지요?"

"허, 그것 참..."

가야노는 쩝쩝 입맛을 다셨다.

도리가 없어서 그는 후루야사쿠사에몬이 이끄는 충봉대에 그녀들을
편입시켜 주었다. 충봉대는 에도에서 막부군이 동정군에게 항복을 했을 때
탈주한 군사들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역시 나가오카번의 전투에 참가했다가
이번에 아이즈번의 쓰루가성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전의 용사들로
이루어진 부대여서 별 무리없이 낭자대를 같이 이끌고 쓰루가성으로 갈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을 했던 것이다. 후루야는 쾌히 승낙을 했다.

이십여명의 여인무사들이 지금까지 익혀온 나기나다의 솜씨를 십분
발휘하며 적군과 맞서 싸우게 된 것은 충봉대에 편입된 그 다음날이었다.
유가와라는 강에 야나기교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그 근처에서 일대 격전이
벌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