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영 < 상공자원부 산업기술국장 >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발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성립과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에 이어 올해에도 그린라운드(GR)블루라운드(BR)가
논의되면서 세계경제의 자유화 개방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냉전체제 종식이후 세계각국이 경제력 향상의 핵심을 기술력에서 찾으
면서 이를 위한 치열한 노력을 경주함에 따라 개별국가의 기술개발정책은
여타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것이 국가간의 마찰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자 미국등 선진국들은 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각료회의에서 7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국제기술규범을 설정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지난해 타결된 UR협정문에서는 지적소유권, 연구개발 보조금(산업기반
기술연구는 75%, 상품화 이전개발활동에는 50%까지 정부지원가능)등 기술
에 관한 다자간 국제규범이 처음으로 명시되었고 금년부터는 환경기술부문
에 관한 GR가 본격화되면서 기술라운드(TR)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TR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기초연구, 기술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구축, 기술개발
여건의 조성에 국한하도록 함으로써 자국의 기술보호를 강화하고 기술이전
을 회피하여 기술패권주의를 강화하려 하고있다.

내년에 국제무역기구(WTO)가 정식 출범되고 96년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
할 경우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TR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적극 대비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재건을 기치로 내세운 클린턴 행정부는 상무부 중심의
산업기술지원기능을 강화하고 국가기술확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별
생산기술센터(MTC)를 설치하며 한편, 첨단기술개발프로그램(ATP)확대,
전략기술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 국제표준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있다.

지난3월 상원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장치로 국가 경쟁력 강화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법안은 기술개발 그 자체보다도 기술을 위한
기반조성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일본도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기초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을 새로이 추진하면서 산업기술에 관한 연구개발체제의 정비등에 관한
법률, 연구자 교류촉진법,기반기술원활화법을 제정하여 연구시설 확충과
연구자의 국제교류, 기초기술 연구지원등 기술기반조성사업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같이 미국 일본등 선진국들은 기술인력양성.정보유통.연구시설 개선,
산업기술 연구단지조성, 신기술보육, 국제협력체제 등 기술하부구조
확충을 위한 기술기반조성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80년이후 기술개발자원을 급속히 확충하고 민간중심의
기술개발체제를 구축하였으나 기술개발을 뒷받침하는 기술하부구조와
기술을 사회적으로 보다 넓게 전파하는 확산체계는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현재 대학에서 양성된 인력을 현장에서 쓸모있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내부에서 2~3년간의 재교육이 필요한 실정이고 기술정보가
부족하여 이미 개발된 기술을 또다시 개발하는등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으며 대학.연구기관등의 연구시설도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추세
에 비해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

신기술의 개발과 확산을 위해서는 기술기반조성사업 확대가 뒤따라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관련법에서는 특정연구개발사업, 공업기반
기술개발사업등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지원근거만을 마련하고 있어
기술기반조성 문제는 사각지대가 되어 왔다.

기술기반조성사업은 민간의 기술개발활동을 촉진하고 기술확산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나 외부경제 효과가 커서 시장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지원하여야 하는 부문이다.

이 사업은 특정성이 없어 국제통상마찰을 야기하지 않으므로 다가오는 TR
에 부응하는 사업이다. 또한 이 사업은 정부의 기술개발사업이 민간의
기술개발활동을 위축시키는 소위 구축효과(Crowding Effect)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정부는 기술개발의 종합적인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술개발사업과 함께 기술기반조성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도록 종합법규
를 제정해야 한다.

UR이후의 기술정책방향은 기술혁신을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여
강력한 기술드라이브를 추진하고 기술개발과 기술기반조성의 두가지
기술정책을 종합적으로 구사하여 신기술의 창조와 신기술의 활용을 효율
적으로 통합하는 21세기형의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것이다.

UR가 타결된 지금이 바로 새로이 다가올 TR의 움직임에 적극 대비하여야
할 때이며 이를 위해 기술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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