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일본노무라종합연구소 공동기획 ]]

********************************************************************
이시리즈는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협력으로 버블(거품)경제붕괴이후
일본기업들이 다시 "강한 일본기업"의 부활을 위해 어떤 태세를 갖추고
있는지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일본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경영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첫회(3월31일자)에는 일본의 국제관계에
대해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국제이코노미스트인 후쿠시마 기요히코부장의
글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일본총리실의 자문기구인 경제개혁위원회 회원
이며 노무라종합연구소이사장인 스즈키 요시오씨가 쓴 일본경제개혁의
목적과 기업사회에 대한 영향등을 게재한다.
********************************************************************

지금까지 일본의 국가목표는 서구사회를 "따라가자 넘어서자"라는 것으로
일본의 관료는 서구선진사회의 사회경제제도를 연구, 받아들여왔다. 또
정치가는 뛰어난 관료를 중심으로 해서 각산업분야의 "족의원"(어떤 특정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의회활동에서 주로 그분야에 중점을 두는 의원들을
지칭하는 말.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족 또는 통상족등이다)이 되고 산업계는 정치가를
재정적으로 떠받쳐왔다.

이른바 정.관.업에 의한 "철의 트라이앵글"이 사회를 안정시켜 전후 일본
의 번영을 가져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업계에 좋은 것은 국가에게도
좋은 것이란 논리가 통했고 산업계의 이익은 국민의 생활수준향상으로
연결됐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일본은 이같은 시스템으로 훌륭하게 서구
선진국의 수준을 따라붙었다. 이것이 1970년대 중반의 일이다. "철의
트라이앵글" 시스템아래서는 관에 의한 시장개입정도가 크기 때문에 서구
사회수준을 따라붙은 시점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시스템으로 전환했어야
하나,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해외로부터 일본사회의 폐쇄성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없었다.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체제하에서 일본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89년11월 동서베를린장벽이 붕괴됨으로써 냉전은 종결
되고 미국에게 남아있는 최대위협은 일본의 경제적맹위라는 논의가 미국의
리비저니스트(일본이질론자)들 사이에서 솟구쳤다.

리비저니스트들의 논조는 "일본이 민주주의사회라고 말하지만 정.관.업이
유착한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규제가 있으며 외국기업은 일본시장
에 사실상 진출할 수없다. 이것은 통상적인 민주주의나 시장경제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에서 경제개혁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이상태
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 서로간에 균열이 생기고 말것이란
위기감이 높아진 것을 들 수있다.

또하나의 배경은 일본국민들로부터 "서구따라붙기형시스템"을 전환해야만
한다고 하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점이다. 그결과로 지난해 여름, 마침내
자민당일당지배가 붕괴했다. 뒤를 이어 탄생한 호소카와내각은 정책목표로서
경제개혁을 중심과제로 내걸었다. 일본의 1인당국내총생산은 달러로 환산해
보면 이미 미국보다 40%이상 많고 1인당가계금융자산도 미국을 크게 웃돌고
있을 뿐만아니라 경상수지는 세계제일이라는 경제대국임에도 불구, 일본인의
생활수준은 미국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국민의 소박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시스템중 어딘가는 분명히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인은
불안을 느끼고 여전히 저축을 하고 있다. 저축초과가 고도성장시대에는
기업의 자금줄이 됐지만 오늘날 기업은 그모든것을 흡수할 수는 없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세계최대의 경상수지흑자국이 되고만 것이다. 경제대국 일본이
벌여들여 놓은 저축이 국민생활의 향상에 사용되고 실질적으로 일본국민의
생활수준향상에 연결되도록 하자는 것이 경제개혁이 노리는 점이다.

일본인의 생활수준이 미국수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일본의
물가가 높다는 점을 들 수있다.

엔고에 의해 발생한 내외가격차가 축소되지않고 있는 것이다. 뉴욕과
도쿄의 물가를 기준으로 일본의 구매력평가를 시산해보면 1달러=1백68엔이
되는데 이환율로 계산하면 일본의 1인당국내총생산은 아직 미국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높은 물가를 떨어뜨려 내외가격차를 축소, 실질적인
1인당소득면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이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첫번째
전략목표이다.

두번째 전략목표는 주택가격을 인하시키는 일이다. 일본의 가계금융자산
잔고를 현재의 환율로 환산해보면 미국보다 많지만 그 저축목표는 자신의
주택을 구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주택시세는 미국의 수배에
달하고 있으며 금융자산이 큰것에 비해 실제로 구입하는 내집은 작으면서
도심에서 먼곳에 있게 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세번째 목표는 소비선택을 다양화하는 일이다. 일본소비자에게 소비선택의
폭은 아직 좁다. 예를 들어 TV의 채널수는 도쿄가 7개채널, 위성방송을
포함해도 10개채널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60%이상의 세대가 케이블
TV를 보기 때문에 몇십개 채널이 있으며 90%이상의 세대가 원하면 언제라도
케이블을 끌어당겨 볼 수있는 상태로 돼있다.

네번째 목표는 생활관련 사회자본을 충실화하는 작업이다. 일본의 사회
자본은 미국에 비해 아직 불충분하다. 하수도보급률도 미국보다 낮고 자동차
1대당 고속도로길이, 대도시주민1인당 공원면적등도 일본은 미국보다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상 4개의 전략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술로서 규제완화와 공공투자의
확대가 필요해졌다. 규제완화에 의해 시장을 개방하고 수입을 촉진하며
건전한 기업경쟁을 유발하면 내외가격차는 축소된다. 또 토지를 유동화
시키고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이며 건설코스트를 낮출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
하면 주택가격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다.

전략목표중 세번째였던 소비선택의 자유에 대해서도 바로 규제가 많았기
때문에 그폭이 좁았다고 말할 수있다. 그리고 네번째 전략목표는 공공투자
를 새롭게 누계 1백조엔으로 늘리고 그핵심부분을 생활관련 사회자본에
크게 할애함으로써 해결하게 된다.

경제개혁중 규제완화에 의해 기업의 경영환경은 크게 변화할 것이다. 규제
완화의 큰 기둥은 다음의 세가지이다.

첫째는 수입촉진의 합리화와 유통합리화이다. 대형점이 나타나기 힘들도록
해왔던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해외기업과의 합작이나 해외기업의 출자등으로
저가격상품이 국내의 각소매점에 대량으로 진열되게 된다. 일본기업에는
살얼음의 환경이라고 말할 수있지만 그흐름을 잘타는 기업은 번영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주택.토지가격의 인하이다. 일본에는 정기토지임차계약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정기토지임차권이 붙은 저가격맨션이나 개인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미국등지의 첨단공법에 의해 주택자재를 수입하고 저코스트로 주택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에따라 이제까지 사용돼왔던
건축자재를 취급하는 유통업자나 시공업자는 도태돼갈 것이다.

셋째는 신사업영역의 확대로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업분야는 고도정보통신시스템분야이다. 규제완화에 의해 방송이나 통신이
별도의 사업주체에 의해 운영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규제는 폐지될
것이다. 이에따라 광케이블을 사용해 전화 진료 회의 영화.음악감상등을
쌍방향TV로 하게되며 국민생활은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같은 사업
기회를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는냐에 따라 기업간격차가 생겨날 것이다.

경제개혁의 두번째 전술은 공공투자의 확대이다. 공공투자의 대상은 생활
관련, 이른바 신사회자본이다. 신사회자본은 또 두개의 범주가 있는데 그
하나는 고도정보통신과 같은 신사업영역의 인프라스트럭쳐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광케이블의 전국적인 부설같은 작업은 공공투자에 의하지
않고는 이루기 어렵다.

또다른 하나는 대학의 연구실 국립연구소 혹은 병원등의 설비나 장비를
공공투자의 일환으로 충실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혁신을 공공투자면
에서 뒷받침하는 것으로 여기에서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기업이 이를 어떻게 살리는가에 의해 기업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완화와 공공투자확대라고 하는 두개의 전술은 동시에 기술혁신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도 일본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자기술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로지등의 분야에서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년12월에 제출된 히라이와리포트(총리실 자문기구인 경제
개혁연구회가 작성한 경제개혁에 관한 보고서)의 특색을 정리해 보겠다. 그
핵심은 일본의 흑자를 활용해 일본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흑자삭감은 생활수준향상의 결과로 나올 수있다는 사고방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내외가격차를 축소하고 주택가격을 인하함으로써 국민의 실질소득을 향상
시키고 저축잔액을 줄인다는 점에 최대의 특색이 있다.

두번째로는 앞서 언급한 신규공공투자 1백조엔을 확보, 새로운 개념의
공공투자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 일본국민이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있게
하고자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신사업영역을 만들어냄으로써 기업의 투자
를 촉진시키려고 하는 점이다.

호소카와내각의 퇴진에 의해 잠시 일본정국은 혼미상황을 보이겠지만 경제
개혁은 일본의 최대과제이며 차기내각도 기본적으로는 이상과 같은 경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