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기업에 이론과 실험시설을,연구소는 대학과 기업에 최근의 연구
성과와 실험기회를, 기업은 대학과 연구소에 연구재원과 현장실습기회를
제공한다. 그같은 교류를 통해 미래의 기업경쟁력이 길러진다" 국제과학
연구단지협회의 대외관계국장인 루드밀라 스피디다키스여사가 강조하는
산.학.연협력관계의 체계도다.

소피 앙티폴리스. 스피디다키스여사의 사무실이 있는 이 곳은 프랑스남부
의 세계적인 휴양지인 니스에서 영화제로 유명한 칸으로 가는 해안선중간쯤
에 위치해 있다. 자그마한 앙티브시를 사이에 두고 지중해를 마주하고 있는
구릉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유럽최대의 과학연구단지다.

우거진 소나무숲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연구소들은 마치 휴양지에나
어울리는 별장과 같은 모습들이다. 첨단연구단지답게 가로등들은 태양열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소피앙티폴리스의 2만3천ha 부지에는 현재 1개 대학과 1천여개의 전문
연구소및 기업연구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연구소들의 국적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40여개국가를 망라한다. 미국의 IBM 컴팩등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수백개의 중소규모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부지를 4만5천ha로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것에 대해 스피디다키스여사는 "일종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유럽기업들의 R&D
중요성인식을 등에 업고 시너지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경쟁력으로 이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5년 이 연구단지와 같은 시기에 설립된 니스대학은 학사에서부터
박사에 이르는 2천여명의 고급인력을 매년 이 연구단지에 공급한다.

니스대학외에도 이 단지내에는 전문기술인력을 길러내는 각종 특수대학원
이 있다.

대학과 연구소간, 또 연구소끼리의 연구정보교환은 물론 인적인 교류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소피앙티폴리스재단은 이같은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같은분야의 연구원들끼리 사교클럽등을 운영, 정기적인 모임을 주선
하고 있다. 인근지역의 다른 연구단지와 "첨단기술망"이라는 정보통신망을
구축, 상호 정보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또 대학과의 협력체계를 확대,
소피앙티폴리스와 니스대학, 조금 떨어진 마르세유대학을 연결하는 정보
통신망을 통해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주고 받는다.

소피앙티폴리스의 경우는 연구단지를 조성하면서 고급인력공급의 필요성을
절감, 대학이 들어섰다. 그러나 대학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한
경우도 많다. 스코틀랜드의 헤리어트 와트대를 시범으로 유럽에는 현재
대학중심의 연구단지가 2백여개나 된다.

이처럼 대학문이 활짝 열려있다. 대학의 기자재를 마음대로 활용할수 있고
대학교수의 자문은 물론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대학은
상품의 연구개발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협력체계는 특히 금전적으로나 인적자원면에서 연구개발능력이
현저하게 뒤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가 되고 있다.

소피앙티폴리스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소기업들의 성공사례들이 그같은
기회를 설명해 준다. 필립 브랑제씨. 30대 약관인 그는 니스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명의 동료들과 함께 조그마한 통신망연구회사를 이곳에
설립했다.

애플컴퓨터의 통신망설계라는 한 분야에만 전문적으로 매달린지 5년만에
브랑제씨가 세운 회사는 이 분야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다가 최근
사젬이라는 전화회사에 거액에 팔렸다. 소피앙티폴리스가 갖춘 완벽한 산.
학.연협력체제를 십분활용, 그는 백만장자라는 돈방석에 앉은 것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성의 밑자락에 자리한 휴렛패커드사내에 보금자리를
튼 이콘연구개발사도 12개의 종합대학과 50여개의 단과대학이 있는 교육
환경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에드가사장은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의 도움을 언제든지 받을수 있고 대학의 연구시설도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

휴렛 패커드의 값비싼 시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덕택에 이 회사는 큰 돈들이지 않고 노르웨이등 유럽의 해운회사등에 엔진
검사장치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연구소나 기업이 대학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다임러 벤츠그룹의 연구소직원들은 대학에 출강, 최첨단의 실기이론과
기술을 가르친다.

기업의 대학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도 크게 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대
부설 프라우엔 호퍼연구소는 전체연구비의 70%를 벤츠사와 지멘스사로부터
지원받는다.

미국GM(제너럴모터스)의 유럽자회사인 오펠사는 차세대 도시형소형차인
O카의 개발을 거의 밤베르크대자동차연구소에 맡겨두고 있다.

세계6위의 전자업체로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지멘스사처럼 산.학.연협조
체제를 세계화시킨 기업도 있다. 전자 통신 의료기기등을 생산하는 지멘스
는 독일의 5백여개대학은 물론 미국의 MIT등 지구곳곳에서 연구협조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는 지멘스연구소간판을 단 곳이 프린스턴
보스턴 산타클라라등 30여곳에 달한다. 4만8천여명에 달하는 이 회사의
연구소직원중 30%가 넘는 1만3천여명이 해외 현지에서 기술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기업들중에서 이같은 국제적인 산학연관계를 구축하고 있기는 제약
업계가 가장 활발하다. 스위스의 로슈사는 미국의 세계적인 생명공학연구
업체인 제네테크에 21억을 출자,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
는 암젠, 시너젠, 하이브리돈등의 연구소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영국
의 글락소사도 미국의 유전공학연구소와 손잡고 있다.

산업경쟁력에 대한 위기의식이 최근의 불황속에 고조되면서 산.학.연의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인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