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틀림없는 무인점포를 이용해 주세요" "아니, 사람도 없는데 기계
를 어떻게 믿나. 틀리면 책임질테야" 지난 90년7월20일 서울명동입구에
위치한 조흥은행 명동지점에서는 이런 소란이 한동안 계속됐다.

소란의 핵심은 무인점포를 이용해 달라는 것과 못믿겠다는 것.

은행측은 이날 문을 연 무인점포를 손님들이 신기한 듯 구경만할뿐 좀체
이용하려들지 않는 것이 못내 안타까왔다.

평소에도 붐비던 은행창구가 월말을 맞아 더욱 복잡할 때라 특히 그랬다.
그러나 고객들도 사람이 없는 기계를 통해 돈을 맡기고 꺼내는 것이
꺼림칙한건 당연했다.

국내최초의 무인점포는 이런 해프닝속에 탄생했다.

공간은 10평남짓.

설치된 기계는 현금자동지급기(CD)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동전교환기
통장정리기 야간금고 폐쇄회로TV등.

지금은 "365일코너""무인점포"등으로 일반화 됐지만 처음엔 개점자체가
획기적 "사건"이었다.

개점식날 있었던 해프닝은 한동안 계속됐다. 작동실수로 기계가 자주 고장
나기도했다. 야간에 작동이 정지돼 직원들이 야간대기를 해야만 했다.

국내 최초의 무인점포 가동.

이는 조흥은행이 창구업무자동화와 고객만족부문에서 어떻게 앞서가는지
를 보여주는 상징에 불과하다. 스타트라인을 먼저 출발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는 엄청나게 붙고있다.

지난 3월말현재 "365 CASH LOBBY"로 이름붙여진 무인점포는 모두 1백5개.
유인점포 3백34개의 31. 4%에 달하고 있다. 가동중인 CD와 ATM의 숫자도
압도적이다.

지난해말 현재 CD가 1천1백12대이고 ATM은 45대에 달한다. 점포당 3.5대꼴
로 자동화기기가 설치돼있는 셈이다. 5대시중은행이 은행당평균 755대
(CD7백46대, ATM9대)를 보유하고 있는것과 비교하면 거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CD와 ATM이 설치된 지역도 다양하다.

수원 부산 동대구 경주등 9개철도역과 김포 속초 울산등 10개공항, 서울
강남터미널등 5개공공터미널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조흥은행의 자동화기기가 없을 정도다. 여름과 겨울
등 휴가철에는 휴양지등에 임시영업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고객으로선
그만큼 편리하다는 얘기다.

조흥은행의 창구업무자동화가 돋보이는 것은 단순히 자동화기기의 숫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중은행중 가장 먼저 소매금융강화에 주력, 고객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때문이다.

실제 조흥은행의 소매금융강화노력은 장기경영계획에의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금융자율화와 개방화시대이다. 심화되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소매금융강화와 경영합리화라고 판단했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것이 자동화기기의 대거 확충이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고객만족운동"을 주창했던 이종연행장의 얘기다.
그래서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 거액을 자동화기기 도입에 투자했다고
한다.

물론 다른 은행들도 고객만족운동이나 창구업무자동화를 경쟁적으로 추구
하고있다.

그러나 조흥은행이 다른 점은 한발 앞서 간다는 점이다. "시작은 불과
1-2년 빨랐지만 결과는 벌써 4-5년을 앞서간다"(이종근상무)는게 자체
진단이다.

이런 진단은 상당부분 사실이다. 소매금융확대전략은 가계성수신의 증가
로 결실맺고 있다. 지난3월말현재 가계성신은 8백71만7천계좌에 7조3천
5백69억원. 총수신 12조9천6백43억원(1천1백59만9천계좌)의 56.7%에
달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1조가량 많은 수준이다. 비씨카드 발급계좌도 1백
20만2천5백89개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점포수(무인점포)가 많은 은행을 이용하려는게 일반인의
심리이다.

선도적인 상품개발이나 파격적인 가계대출등도 원인이겠지만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무인점포망이 큰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경영합리화성과도 두드러진다. CD와 ATM을 통한 업무처리건수가 전체의
40%에 달하고있다. 이로인한 인원절감효과는 9백70명. 1천여명에 지급
해야할 인건비가 절감되고있는 것이다.

영업점당 직원수도 지난92년말 30. 6명에서 지난해에 28명으로 줄었다.
조흥은행은 자동화기기의 확충으로 일단 소매금융에서 기선을 제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작일뿐"(오영황전산부장)이라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의 추세를 더욱 밀고나가겠다는 의지이다.

무인점포를 올연말까지 2백50개,내년까지 4백개로 늘려 유인점포보다
많게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있다. 창구업무자동화율도 연말까지 50%까지,
내년말까지 60%까지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계획을 삼고있다.

CD와 ATM의 고장율을 제로로 만들기위해 상반기중에 "자동화기기 종합
관리시스템"도 완성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부터 실시중인 "서비스보증제"
를 더욱 확충, 자동화기기가 가동중단되는데 따른 고객의 피해를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줌으로써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있다.

금융계에선 "은행흥망은 순간"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80년대초반 사고로
얼룩져 재기불능으로 보였던 조흥은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조흥은행이 이런 "찬사"를 받는것은 미래를 내다본 치밀한 경영덕분이다.
그 치밀성은 자동화기기를 매개로 고객을 은행창구로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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