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UR협상이 타결된 것을 계기로 개방화 국제화에 대처하는 것이
우리 경제전반의 주요과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통신분야에서는 UR협상에 이어 4월부터 96년4월까지 시내.외 전화를
비롯한 모든 기본통신분야의 개방을 논의할 다자간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고,
또 미국이 쌍무통신회담을 통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을 강화
하고 있어 통신시장 개방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다자간 협상 및 쌍무회담 전망으로 미루어 볼때 앞으로 우리나라가
통신시장의 개방을 회피하거나 장기간 지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UR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최후까지 고수하려고 했던 쌀시장
개방불가론을 관철시키지 못했던 것으로부터 엿볼 수 있다.

이제 통신시장 개방에 직면, 우리나라가 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
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어떠한 방법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느냐 하는 것인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우선
시장개방에 관한 시각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신시장의 개방화가 세계적 조류라고 할때 시장개방시기를 지연하거나
개방범위를 줄이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시장개방을 능동
적인 자세로 수용하면서 어떠한 외국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이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자체적인 경쟁력 배양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시외전화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모든 주요 통신시장에 조기
경쟁이 이루어져야 하리라고 본다. 대외개방에 앞선 국내경쟁만이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을 경쟁환경에 익숙하게 만들고 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첩경이라고 믿는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이 통신시장의 글로벌화 추세에 적극적
으로 동참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통신시장은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통신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통신망의 구축
과 위성을 이용한 범세계적 위성이동통신망의 구축이다.

만약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이 이러한 국제간 전략적 제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세계통신시장에서의 입지확보에 커다란 어려움
을 겪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 세계 통신시장이 세력판도의 재편기에 있기
때문이다.

외국 사업자들과의 제휴 필요성은 동남아 국가들과 구동구권 국가, 그리고
남미 국가들이 자국 통신기반설비의 확충을 위해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선진 통신사업자들은 이들 국가의 통신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에 가세함으로써 좁은 국내시장에서
의 경쟁에서 탈피하여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하겠다.

또 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궁극적으로 통신기술의 자립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술개발에 주력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기술개발
에도 지금부터는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하리라고 본다. 즉 사업자들이
자신의 사업목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을 하도록 하는것이 기술개발
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길이다.

아울러 정부는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반적으로 크게 완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통신산업은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앞으로 정부는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필요불가결한 최소한의
부분으로 국한함으로써 통신사업자들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하겠다.

끝으로 통신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국민들에게 고도화 고품질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요체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말은
통신산업의 경쟁력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때 얻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 통신사업자들은 멀티미디어화의 진전과 유.무선의 결합을
근간으로 하는 최근의 기술발전추세에 부응하여 다양한 신규서비스 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경영혁신을 통한 비용절감과 고객의 욕구충족을 위한 획기적
인 마케팅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