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한 구 <대우경제연구소장> **

선진사회는 사람으로치면 "여유를 찾은 완숙한 40대이후"에 해당한다.
그들은 물불안가리는 의욕보다는 풍부한 경험과 조용한 관조,생활의 지혜로
무장한다. 무슨 일이든 미래를 내다보고 사회를 리드하지만 결코 전위대
역할이 아니라 조용한 말투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사회전체차원의 복지 후생 안정을 위해서라면 세금과 기부금부담이
많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체력보다 정신력에 의존하고
활기 성장보다는 내적충실에 관심이 많다. 많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소비가 적고 따라서 조금만 과식하면 소화불량이 되고,또 소화가
잘되는 경우에는 뚱보가 되고 성인병에 걸린다. 즉 불균형이 촉발된다.
그래서 소식에 음식의 질을 따진다.

또한 40대에서 여유있는 생활을 한다는 것은 계속 근로소득이 많이 있다기
보다는 과거 소득으로 축적한 재산이 새끼를 치고 가끔 재테크를 하는 과정
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니면 남다른 기술이나 능력이 있다.

마찬가지로 선진국이라는 것은 저성장이 일반적이지만 과거 축적한 사회
자본이 풍부하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해서 생기는 소득이 많고, 가끔가다가
국제사회의 틀이 바뀔때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횡재를 해서 사회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을 밝는다.거기에 동원되는 사회자본은 인적자본도 있고 물적
자본도 있으며 무형자본도 많다. 사회자본의 축적도와 활용도야말로 선진국
끼리의 우열을 결정짓는 큰 요소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선진사회에 진입할 준비는 얼마나 되어 있을까.
사회적 가치관,제도나 관습면에서 살펴본다.

선진국에서 지상의 가치는 "인본주의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다. 인간생활
에서 기본적 수요충족단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에 생활의 질을 중시한다.
생활의 기복이 심하지 않도록 각종의 제도나 정책이 마련되는 것을 최상
으로 여기고 무엇보다도 치안 국방 안전시설 자연환경보전 사회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한편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들의 자부심을 전제로 "자유를 주고
다양성을 인정함"을 뜻한다. 개인주의가 당연히 성행한다. 그러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해 주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방종으로 흐르지 않고 전체적으로
혼란스럽지 않은 이유는 자기책임정신이 투철하고 계약과 법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사회적 장치때문이다. 안전에 관한 한 선진국들은 지나치다고 할
정도이다. 사고에 대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이 제일 비싼 자산
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지적할 덕목은 "준법정신,계약문화,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관행이다. 규칙을 제정할때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밟는다.
규칙내용이 명료해지고 투명성이 확보되는 대신에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제법 길다. 또 항상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고 미래사정변화도 감안
하기 때문에 "지켜질 수 있는 사회규칙"이 정립되는 대신에 안지킬 경우
틀림없이 최대한 빠르게 적발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
지고 있다.

선진국사회가 누리는 네번째 덕은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신"이다.
그들은 사회내의 먹이사슬을 알고 순환원리를 중시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공공질서를 사수한다. 그들 스스로가 사회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게 되는 이유는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회적 가치체계가
자기에게 이익이라는 지혜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로 선진사회는 "무형재에 대한 인식"이 높다. 정보와 지식을 중시
하는 지력사회이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승부를 건다. 여섯째로
선진사회는 "기초를 중시"한다. 상체가 화려하고 무성한 만큼 하체가 튼튼
하지 못하면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다. 줄기보다 뿌리,물질보다 정신,외형
보다 내실,응급조치보다 근본해결을 추구하고 플로(국민소득)보다는 스토크
(국부)의 가치를 더욱 크게 인식한다. 1년생 풀이 무성하게 나는것 보다는
뿌리깊은 다년생 나무가 되길 원하고,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려고
전체 사회가 노력한다.

물론 사회기초의 강화는 사전준비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준비는 길고 철저
하게, 그러나 실천은 확실하고 빠르게 진행시키는게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진리를 터득하고 있다. 한편 선진사회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모든게 돈이고
시간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회에서는 책임소재 또한 분명하다.

일곱째 선진사회는 조그만 차이를 크게 볼 줄 하는 능력을 가진다. 다시
말해 "현미경 사회"이고 까다로움이 몸에 밴 "좁쌀형 사회"이다. 대우면
에서도 1등과 2등은 큰 격차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게 두리뭉실이고
평균주의이다. 그러니 특출한 노력을 할만할 유인이 없고 따라서 선진국이
유지되는 유일한 원천인 창조성이 배양되지 못한다.

이상의 모든 특징은 우리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요구한다. 허우대만
멀쩡한 틀에 속속들이 알맹이가 차려면 저성장을 겁내서는 안된다. 단기적
평가도 무시해야 한다. 사회체질을 바꾸기 위한 투자는 오랜 세월, 엄청난
규모가 될수 밖에 없는데 그 기간중 투입량에 비해서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보잘것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외형도 더크고 내실도 더 충실하게 만들고 싶으면 미래에의 목표의식을
분명히 하면서 그만큼 더 일하고, 연구하고, 저축하면서 협동할 일이다.
늑대를 맞이해서도 허울좋게 초가집만 올리다가 혼쭐이나는 돼지 삼형제
얘기를 되씹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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