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무모한 죽음을 보자 시노다가 냅다 "돌격하면 안돼- 모두 후퇴-"
하고 호령을 했다.

그리고 자기부터 재빨리 총격을 거두고,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다.

데이지로도 덩달아, "후퇴다. 후퇴-" 고함을 지르며 냅다 뛰었다.

다른 소년병들도, "와-" "가자-" "우리가 이겼다-" 제각기 소리를
지르며 일제히 안개속으로 사라져 갔다.

백호대 소년병들의 기습을 시작으로 해서 이른 아침부터 도노구치하라
에서는 관군과 아이즈군의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결국 수적으로 월등할 뿐 아니라, 신식 총기를 가진 관군을
당해내지 못하고 아이즈군은 패퇴하였다.

다키사와의 본진에 있던 마쓰다이라는 도로 쓰루가성으로 퇴각을 했고,
관군은 그뒤를 쫓아 진격을 해서 성을 포위하고 말았다.

삼십칠명의 소년병들 가운데서 여러차례 적군과 부딪치며 도소구치하라
의 싸움터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스무사람 뿐이었다.

그러니까 십칠명은 전사한 것이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허기가 지고, 지칠대로 지친 이십명의
소년병들은 쓰루가성으로 돌아갈 작정으로 시노다를 따라서 들길 산길
을 걸었다.

니혼마쓰가도라는 큰길은 이미 관군의 수중에 들어가 그들의 진격로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이모리산쪽으로 해서 시내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이모리산의 기슭에 이르렀을 때는 또 세사람이 줄어 십칠명이 되어
있었다.

지쳐서 따라오지를 못하고 셋은 낙오병이 된 것이었다.

그들 십칠명도 이제 기진맥진하여 산을 넘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한 소년병이 문득 생각이 난듯 말했다.

"저쪽으로 가면 신호리가 있잖아. 그곳으로 빠져나가면 된다구"

"신호리"란 새로 판 도랑이라는 뜻으로, 이나와시로 호수의 물을
아이즈 분지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관개수로였다.

그 수로가 이이모리산을 관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군. 그러면 산을 안 넘어도 되지"

"비가 와서 물이 많지 않을까?"

"좌우간 그곳으로 가보자구"

소년병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신호리의 물이 흘러들어가는 동혈이
있는 곳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