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응 < 한국금융연수원 부원장 >

농산물의 해거리현상으로 2년에 한번 정도로 겪고있는 농산물의 가격파동
이 있을때마다 매점 매석한 사람에 대한 세무사찰과 단속, 관련 농산물
긴급수입, 농산물가격 안정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방안 강구등 수많은
대책이 마련되지만 2년이 지나면 또다시 농산물가격파동이 일어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거기다 올해는 냉해까지 겹쳐 일부 농산물가격상승이 심각
했고 그래서 농산물을 투기한 중간도매상들을 사법처리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같은 강경조치는 당장의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될것이다. 그러나 모든
물가의 자율화, 경제의 민간주도적 운영, 그리고 이를 통한 자원의 최적
배분과 경쟁력강화등 우리 경제의 장기적목표에는 역행적인 조치라 볼수
있다.

사실 사법처리대상이 되고있는 중간도매상들의 투기행위도 따지고 보면
그들 나름대로는 농민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가격리스크를 대신 부담하여
이들이 입을수 있는 손실을 상당히 줄여주는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여 온
것이다.

그러므로 농산물가격의 안정문제는 이러한 농산물 중간도매상의 선기능
까지도 살리는 방향에서 검토되지 않는 한 그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할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농산물선물거래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 제도는 모든 관련자에게 가격이 주는 정보에 적응할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먼저 농산물선물거래제도가 시행되면 농민은 가격의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받게 된다. 즉 농민은 자기농산물의 생산기간에 맞는 농산물의 선물
가격을 보고 이것이 자기계산에 맞으면 이를 생산해서 선물가격으로 팔면
되고 계산이 맞지 않으면 생산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되면 농민들은
중간상인의 횡포로부터 보호받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물가격이 주는
정보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수도 있으므로 해거리현상까지 어느 정도는
줄이는 효과가 있을수 있다.

농산물 수입업자는 수입업자대로 해거리 냉해등 필요한 정보를 고려한
다음 해당 농산물의 소비시기에 맞는 선물가격을 보고 그 농산물의 수입
여부를 결정하면 되므로 요즈음과 같이 가격이 이미 높이 올라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후 뒷북치는 식으로 정부가 나서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일을
반복 안해도 된다.

또 투기적 투자를 할수있는 농산물 중간도매상들은 농산물선물시장에서
농민과 수입업자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이 피하려고 하는 가격리스크를
부담하고 그 대가를 받게 될것이다.

이같이 농산물의 선물시장은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가 원하는 경제적효용을 주면서 농산물가격을 안정시켜
줄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물론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해서 선물거래제도를 도입, 실시하기는
어렵다. 이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미국과 같은데서도 밀 보리
등 저장이 용이하고 품질의 균질성을 쉽게 보장할수 있는 품목에 국한해서
거래하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있는 양파와 같은 것은
여러번 거래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타당성 검토과정에서부터
부정적 결론이 나와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양파와 같은 채소의 선물시장을 개설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선물시장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원용하여 농산물유통과정을 개선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인 유통체계가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적어도 정부는 농산물가격의 통제, 중간도매상의 사법처리등에 드는 노력
과 비용을 절감할수 있고 개인은 정부의 처벌을 받는것에 따른 경제적손실
을 피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