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시골에 사는 베랑제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을 맞는다. 그때 길거리에는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흙먼지가 인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한마리의 코뿔소가 날뛴다.

이튿날 베랑제의 근무처에 남편의 결근사유를 전하러 온 그의 부인인
부프시가 코뿔소에 쫓겨 사무실로 허겁지겁 뛰어 든다. 그 코뿔소는
사무실층계를 부수면서 소리쳐 운다. 그 소리를 듣고 코뿔소가 남편임을
알아차린 부인은 코뿔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사람이 코뿔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병은 온 마을에 퍼져 모든 사람이 차례로 코뿔소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베랑제만이 코뿔소가 되기를 결연히 거부한다.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반연극" "부조리연극"의 기수로서 28일 타계한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희곡 "코뿔소"의 줄거리다. 코뿔소는 현대에 있어서 인간
의 개성과 인간성을 잃게 만든 획일적 기계문명과 사회조직의 폭력성을
상징해 준다. 이 작품은 현실세계에 존재할수 없는 소재의 전개를 통해
현대의 무기력한 패배자인 인간의 상황을 고발한 것이였다.

이오네스코는 1912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뒤 프랑스인인 어머니를 따라
파리에서 소년시절을 보낸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부카레스트대학을
졸업하고 한때 그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강의하다가 38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하여 작품활동을 하게된다.

1950년 반연극의 효시가 된 처녀희곡 "대머리 여가수"를 "반희곡"이라는
부제를 붙여 발표함으로써 5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반연극운동
을 사뮈엘 베케트와 쌍벽을 이루면서 주도하게 된다. 그뒤 "수업" "의자"
"의무의 희생자" "알마 즉흥곡" "이사온 하숙인" "무보수 살인자" "빈사의
왕" "하늘의 보행자" "목마름과 배고품"등 많은 작품을 차례로 내놓는다.
그밖에 단편집 "연대장의 사진", 평론집 "노트와 반코트"도 남겨 놓는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고전극의 장려함이나 낭만주의 연극의 꿈, 자연주의
연극의 끈질긴 기질등 전통연극의 요소를 찾아볼수는 없다. 전통연극의
룰을 벗어난 번희곡이다. 스타일에서는 산문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수법
에서는 초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심리묘사와 구성이 특징이다. 언어를
음절로 해체시키고 등장인물의 동일성을 상실시킴으로써 개성과 현실의
해체, 개인과 사회의 부조화를 묘사해 낸다.

세계희곡사에 한 획을 그은 이모네스코의 족적은 연극애호가들의 가슴속에
길이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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