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의 펀더멘털(밑바탕)자체는 튼튼한 편입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증권사 지점장들은 우리시장의 기조가 강한 상승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2개월째 조정을 겪고 있지만
긴안목에서 보면 매력적인 청사진을 그릴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조선등을 중심으로한 실물경기가 호전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한 주식시장의 상승탄력이 붙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올해 종합주가지수가 높게는 1,050-1,20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1,000포인트는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최고1,200포인트로 전망한 지점장은 "한국정부에서
현재의 증시규제를 풀고 추가적인 진정책을 내놓지 않는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또 올해 최저지수에 대해선 북한핵문제가 극도로 악화되지 않는한 800-
850선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았다.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전쟁
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최소한 800선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베어링증권의 앤드류 터키회장은 지난해말 한국을 방문했을때 "94년도에
가장 투자유망한 시장을 꼽는다면 한국과 대만"이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의
주가는 많이 올라버려 이미 상승여력이 떨어진데 비해 우리시장은 상승초기
국면이어서 투자우선국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자딘플레밍증권의 윌리엄 다니엘
지점장은 "아시아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선 여전히 낙관적"이라면서 "현재로선
특히 한국과 홍콩 대만 일본등이 유망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우리시장의 단기전망을 여전히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책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북한핵문제가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으며 <>물가상승을 우려한 통화관리로 인한 주식시장의 유동성마저 제약을
받고 있다는게 외국계 지점장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지난2월초이후 두차례에
걸친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세계증시가 다들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진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지의 투자자금을 회수해야할 입장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최근의 조정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
이다. 슈로더증권의 한관계자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블루칩(대형
우량주)들의 주가는 혼조양상을 보이는 대신 은행주를 비롯한 중저가주들이
매기를 끌어들일것"으로 예상했다. 블루칩들이 힘을 되찾을 때까지는 종합
주가지수의 큰폭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투신의 외수펀드운용과 관련해 외국측 자문위원들이 내놓은
"블루칩중심의 포트폴리오에 만족한다. 그러나 최근의 조정장세에선 블루칩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저가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는 견해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제시한 중저가주에는 부실채권이
적은 은행주와 증권및 건설주등이 포함됐다.

우리시장이 이같은 조정국면을 뚫고 일어서는 시점에 대해 외국계
지점장들은 대부분 2.4분기 후반께로 예상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들의
반기실적얘기(추정치)를 재료로 삼아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같은 전망은 오는5월말이나 6월쯤이면 우리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먹구름
들이 조금씩 걷힐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있다. 다이와증권의 한관계자는
"현재의 규제책이 풀리고 북한핵문제의 파장이 진정되고 나면 장세도 호전
될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외국인들의 순매도양상도 진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는4월중 외환은행의 직상장을 비롯한 물량공급의 충격도 어느정도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도 주가반등시점을 5월이후로 점치게 하는 한요인이다.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견해다.

이들의 최대관심사는 역시 외국인한도확대의 시기와 폭. 확대시기와 관련
해선 우리 재무부장관이 최근 "올하반기와 내년상반기중에 실시할 방침"
이라고 밝힌바 있다. 현재 종목당 발행주식수의 10%인 투자한도에 대해
외국계 지점장들은 대체로 20%이상으로 늘려줄 것을 희망했다. 만일 5%
포인트이내로 늘렸을 경우엔 일시적인 매집사태로 인한 시장교란만 가져올
뿐 외국인투자자들의 욕구를 채우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외화유입으로 인해 통화및 물가등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아랑곳하기
보다는 오랫동안 한도확대를 갈망해온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의지를 앞세운
논리인 셈이다. 한도가 찬 우량종목을 장외시장에서 웃돈까지 얹어 사들여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한지점장은 "외국인한도를 25-30%정도로 늘리더라도 그충격은 금새 흡수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으로 가입하기를 원한다
면 가능한한 앞당겨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의 금년도 투자전략은 "블루칩의 장기보유"로 집약된다. 올하반기로
접어들면 한도확대얘기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인선호종목인 블루칩과 저PER
(주가수익비율)주들이 다시 꿈틀거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한도를
늘리기 3-4개월전에 미리 발표하게 되면 이들 종목의 주가가 상당폭 올라
버려 원하는 가격에 다시 사들일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생각도 이같은
전략을 낳는데 한몫을 하고있다. 대신에 블루칩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단기
낙폭이 큰 중저가주를 겨냥"하는 선에서 대안을 찾고있다.

결국 당장의 운신폭은 좁지만 우리시장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게
본다는게 외국증권사의 "국내파수꾼"격인 이들 외국계 지점장들의 시각
이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