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일을 잘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수차 면담을 요청한 끝에 성사가 되었죠. 호텔 커피숍에서 10여
분이상 기다렸더니 오더라구요. 그러더니 인사하고 명함교환하고 2~3분
이나 됐을까 볼일이 있어 가봐야겠데요. 그러면서 자기가 데리고 온 부하
에게 뭐라고 몇마디 하더니 가버려요. 그뒤에 남은 그 부하직원에게 무슨
급한일이냐고 물어보았죠. 그랬더니 우리보다 투자규모가 큰 업체와 또
약속이 있다는 거예요. 그 부하가 하는 말이 "명함만 교환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거예요" 산동투자를 타진하다가 지금은 천진에서 공장을
경영하는 L사장의 경험담이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지역이 바로 산동
이다. 90년대들어서도 급속도로 확장되는 추세는 변하지 않고 있다.

온갖 성격의 업체들이 중국시장 진출을 노렸고 이 과정에서 지역내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을만한 중국기관의 사람들은 예외없이 대외적으로
노출되었다.

중국에서 "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국의 경우를 참작하여 생각해낸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중국에서의 상황은 점차 심각하게 변형되어
왔다.

워낙 많은 한국사람들이 유명한 중국인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 되어
버렸고 드디어 중국측은 접견객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수준향상"
이다.

"흑룡강성에서 파워가 아주 좋다고 소문난 모 중국단체원장은 한국사람이
만나자는 연락만하면 이유를 물어보고는 바쁜지 안바쁜지를 결정한답디다"
최근 그 사람을 한번이라도 만나보려다 실패한 한 기업 이사가 들려준
말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각종 사건들은 언뜻 보기에 중국이 가진 함정이
깊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약간 각도를 달리해서보면 결국
한국기업들이 이렇게 만든거라는 생각도 할수있다.

중국인들 사이엔 "한국기업이 계약한 물건,특히 돈될만한 물건은 항상
현금들고 오는놈이 장땡이다면서 값올리기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돈다.

한국기업이 서로를 칭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동일업종이면 칭찬은
커녕 서로 비방하며 내가 최고고 상대는 사기꾼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인들은 이런 것을 싫어한다. 그러다가 좋은 일은 중국인만 시켜준다.
슬그머니 경쟁시키며 이익을 챙기는데는 중국인을 따라 잡기 어렵다.

이러한 행태는 중국인들과의 협상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측과 이견이
있으면 곧 낯을 붉히며 온갖 욕이 나온다.

심지어 못알아들을 거라는 전제하에 상담장에서 한국사람끼리 중국파트너에
대해 심한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어지간한 중국기업인들은 한국의 심한 욕을 알아듣는다. 우리는
중국인들 욕을 잘알아 듣지못한다. 중국인들은 협상자리에서는 욕을 하지
않는다. 웃는 모습으로 대응한다. 자기네들끼리 있으면 상대를 마음껏
비방하더라도 말이다.

몇차례 무역협상이나 투자계약협의 자리에 참석해본 적이 있다. 가격이나
각종 거래조건등 서로의 이익과 손해를 밀고 당기는 치열한 자리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의외로 우리의 판정패 상황이 많다.

유리한 입장을 못살리고 불리할때 상황을 타개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중국이란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은 대체로 유리한 상담으로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간다.

더구나 중국에서 "대접"을 받은 경우 한국인은 우쭐해지는 기분을 갖는다.
이쯤되면 상황판단이 상당히 흐려지게 마련이다.

요즘은 "대접"하는 풍토도 차츰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기는한데
이를 단순히 중국인의 "예의"차리기 정도로 볼수없는 이유가 많다. 경제
개발에 대한 욕구는 차치하더라도 자기네들끼리 "파티"도 벌이면서 상담의
기선을 잡아보려는 것등이 포함된다.

어차피 남의 나라와 무역도 하고 그 속에 들어가 투자도 해야하는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누구를 탓하겠는가. 중국인만
욕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제도나 각종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자위할수도 있지만 그렇게 만든
당사자들은 남이 아닌 우리자신들일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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