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 럭키금성경제연 경제연구 2실장 >

김영삼대통령의 일본및 중국방문을 앞두고 국내분위기가 다소 들뜬 가운데
지난3월19일 북한측의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느닷없이 "전쟁"운운함에
따라 갑자기 한반도 전쟁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북한의 돌연한 태도변화로
우리측은 그동안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강경정책으로 선회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고 미국도 대북한 경제제재등 강경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북한이 정말로 전쟁을 택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해
보자.

북한은 현재 대외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과거에 볼수 없었던 몇가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첫번째는 나진-선봉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개방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지금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에 외부와의 차단을 위한 철조망 공사를 진행중
이며 일부 경제관련 인사들이 중국의 심천.주해등지를 답사하며 나진-성봉
지역의 개발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두번째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 제6기 제21차 전원회의에서
제3차 7개년계획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앞으로 3년간 농업제일
주의, 경공업제일주의, 무역제일주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를위해 북한당국은 지난해 12월이후 차관급 이상의 경제관료를 90%이상
이나 경질했으며, 중공업부문의 16개 연합기업소를 일반공장으로 과감히
축소하고 경공업과 무역부문의 기업소를 연합총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세번째는 북한당국이 합영법의 개정을 비롯하여 토지임대법, 외국인투자법
등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반법령들을 속속 제정하고 있다는 사실
이다.

더욱이 개정된 법령의 내용에는 남한의 자본까지 유치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경제를 희생시켜 보겠다는 북한당국의 의지를 엿볼수 있다.

네번째는 북한당국이 일부지역에 대해 집단농장체제를 대폭 완화하고
사영지를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토지를 소유하되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부여함으로써 근로의욕을 부추겨
식량증진을 꾀하려는 것이다.

우리 다같이 생각해 보자. 만약 북한이 정말로 전쟁을 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내부체제를 전시체제로 개편하고 있어야 하며 서방의 자본을 끌어
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경공업제일주의와 무역제일주의를 외치기 보다는 군수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할것이다.

현재 북한은 전쟁을 치르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지경에 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재 북한의 사병들중에는 10명에 1명꼴로 영양실조
환자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북한경제는 한계에 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지도부가 어떻게 전쟁을 일으킬수 있을 것인가. 북한
이 핵 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다시 선언하고 공개적으로 전쟁 운운한다고
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레 겁먹는것은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하여 이상할 정도로
강경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핵문제를 대가로 최대한
경제적 외교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겠지만 세계정세의 변화에 어두운
북한당국이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매우 서툰 그러면서도 아찔할
정도의 곡예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북한이 초강경자세를 장기간 유지할수 없다는 점에서 상황이 정말로
막판에 이르렀을때에는 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핵문제 타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관계의 분위기가
변할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사태의 추이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통일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