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아버지 이도유스케는 아내로부터 그 얘기를 듣자
아들 데이지로를 불러 앉히고서 타이르듯 말했다.

"너는 아직 열다섯살이잖아. 백호대는 열여섯살과 열일곱살 먹은 사람만
뽑는 거라고. 그러니까 너는 명년에라야 백호대에 들어갈 수가 있다구.
나이가 한살 모자라서 못 들어갔는데,셋푸쿠를 하러 들다니 그런 어리석은
짓이 어디 있느냐 말이야. 안 그래?"
그러나 데이지로는 승복을 하려고 하질 않았다.

"내 친구들은 모두 백호대가 됐는데, 나만 못 들어갔지 뭐예요"

"글쎄, 그애들은 열여섯살이거나 열일곱살이니까 들어갔다 그거야. 열다섯
살은 안된다니까. 올해는."

"싫어요. 나도 들어가게 해줘요. 나도 친구들과 같이 싸움터에 나가고 싶단
말이에요. 친구들은 모두 싸움터에 나가 용감히 싸우는데, 나만 못나가고
집에 있다니, 생각만 해도 분하다구요"

"너는 명년에 싸우면 되잖아"

"이제 곧 싸움이 시작되는데, 명년까지 그 싸움이 끌겠어요? 우리 아이즈번
이 지금 위태롭잖아요. 아버지도 사무라이니까 잘아실 거 아니에요. 이런때
우리 번을 위해서 싸움터에 나가 목숨을 바치는게 남아로서의 도리잖아요.
안그래요? 아버지"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느낌
이었다. 열다섯살 밖에 안된, 아직 귀밑에 복숭아털도 제대로 가시지
않은 녀석이 벌써 속에 그처럼 뜨거운 충성심이 깃들어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밤 유스케는 아들을 데리고 백호대 대장인 히나다나이키를 찾아갔다.
히나다와는 잘 아는 사이였다.

유스케로부터 얘기를 들은 히나다는 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데이지로
에게 말했다.

"너의 그 마음은 갸륵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데이지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는 것도,신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 된다구.
센소곡코(전쟁놀이)와 실제의 전쟁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거야. 괴롭고
쓰라린 일의 연속이라구. 그리고 목숨을 바치는 일이 말로는 대단히
멋지고 화려하게까지 느껴지지만 실제는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기나 하니?"

"예,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백호대에 들고 싶다 그건가?
아직 나이도 한살 모자라는데."

"예,그렇습니다"

"호-" 이거 정말 놀라운 일이라는 듯이 히나다는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