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정중동의 상태에 있지만 일본계 자금의 향방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증권사의 한 국제영업담당자가 전하는 일본의 잠재력이다.

앞으로 일본의 기관투자가등이 본격적으로 우리시장을 파고들 경우엔 미국
이나 영국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데다 산업구조면에서도 연관성이 많아 구미인에 비해 우리시장의
속성을 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의 강창희이사는 "지난80년대후반 ''저팬머니''로 통하던 일본의
해외투자자금 규모가 지금은 다소 줄어들었다"면서도 "작년부터 아시아시장
에 대한 일본의 투자는 늘고있다"고 밝혔다. 투자여건만 마련되면 일본계
자금의 국내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내주식투자를 위해 들어온 일본자금은 지난달말 현재 2천2백11만달러로
전체외화자금(88억4천3백90만달러)의 0.25%에 그치고 있다. 미국계 자금이
27억달러나 들어온데 비하면 턱없이 보잘것 없는 수준이다.

우리시장이 열린지 2년이 넘었지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주식투자가 이처럼
부진한데는 두나라간에 아직 풀리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Capital Gain Tax)문제이다. 일본인들이
우리시장에서 거둔 투자수익에 대해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2중으로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나라사이에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양국간 조세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낸 세금을 일본에서
환급받을 수는 있지만 과세율의 차이등으로 실제로는 공정한 환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의 대한투자를 가로막는 또다른 걸림돌은 "엔화송금문제".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인투자자금이 외화(엔화)로만 들어오도록 하고있는 반면 일본은
현지통화(원화)를 통해서만 해외주식투자를 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나라간의 상충된 외환관리규정상 일본자금의 국내유입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물론 우리정부는 작년12월부터 두나라에 서로 지점을낸 고려증권이나
다이와증권을 통해 엔화를 송금하는 길을 터놓았다. 대신에 일본이 요구
하는 <>1사 다계좌(서브 어카운트=일본의 한증권사만 외국인투자자로 등록
하고 개인투자자는 별도등록없이 지정증권사를 통해 계좌만 개설하되
종목당 투자한도 3%는 각각 인정받는 방식) 개설과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는 당분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대장성에선
아직 상호진출한 이들 증권사의 송금계정을 통한 한국주식투자용 엔화송금
을 허가하지 않은 상태"라는게 재무부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일본증권업협회는 개인투자자 보호측면에서 투자가능시장을 지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제외되어 있다는 점도 일본자금의 국내유입을 억제하는 요인
이다. 기관은 상관없지만 일본의 개인투자자는 "지정증권거래소"인 27개국
의 35개시장에만 투자할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지역에선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정된 상태이다.

이같은 걸림돌을 피해 "우회투자"를 통한 일본계자금의 국내유입이 작년말
부터 가속화되는 조짐이다. 우리나라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미국이나
아일랜드를 국적으로한 한국투자전용펀드 설립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작년말 노무라증권이 1억20만달러규모의 코리아에퀴티펀드(KEF)를 출범
시킨데 이어 지난1월말 다이와증권이 1억7백만달러규모의 코리아그로스펀드
(KGF)를 만들었다. 또 닛코증권도 2월초에 7천만달러규모의 코리아캐피털
그로스펀드(KCGF)를 설립했다. 이들 전용펀드외에 아시아지역을 투자대상
으로한 야마이치증권의 야마이치다이내믹아시아펀드등을 통해 일본자금이
일부 유입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일본증권사의 한관계자는 "오는24일 한국
대통령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대한투자의 걸림돌이 제거되기를 기대한다"
면서 "그럴경우 일본자금의 유입은 크게 늘어나 홍콩에 대한 투자규모
(작년말현재 약10억달러)에 육박할것"으로 내다봤다.

또 앞으로 일본계의 국내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에 대비, 작년초의 다이와
증권에 이어 노무라 야마이치 닛코증권등도 국내지점개설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상대적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개방등에 따라 이들의 약진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부인할수 없는 상황이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