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원래 사무용 기기였다. 그러나 곧 대중들의 필수용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영업
사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삐삐가 이제는 생일및 졸업선물용등으로
쓰이는등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깊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와 부모끼리 또는 신세대 부부간이나 연인간에
삐삐는 이제 서로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가 되고있다.

무선호출가입자가 91년 85만명에서 93년 2백60만명으로 급증한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이에따라 시장규모도 지난해 1천2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2무선호출사업자의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같은
삐삐시장 성장은 속도를 더해가고있다.

업계는 여성및 대학생 계층등으로 삐삐의 소비층이 두터워지면서 이들
새계층을 겨냥한 깜찍한 모양과 다양한 색상,그리고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브랜드의 삐삐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외관을 곡선으로 처리,일반박스형에 그치던 삐삐의 외형을 다양화시킨
금성정보통신의 포인트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이다.

카드형 삐삐도 소비층이 두터워지면서 고객층에 따른 제품차별화를 위해
각업체에서 서둘러 내놓고 있는 신제품이라고 할수있다. 국내 카드형
삐삐시장은 모토로라반도체통신과 금성정보통신이 양분해 왔으나 금성통신
현대전자 삼성전자등이 올해중 자체개발한 카드형 삐삐로 이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치열한 판매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젊은층의 수요에 맞는 브랜드를 채택한 삐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것도
눈에띈다. 금성정보통신은 지난해부터 기존삐삐에 "정"이라는 문자를 붙여
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With Me"란 브랜드의 삐삐를 6개 색상으로
나눠 시장에 내놓고 있으며 금성통신은 반향을 의미하는 "에코우",현대전자
는 젊은층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렛츠고"로 삐삐의 브랜드명을 채택,젊은층
고객을 공략하고있다. 모토로라반도체통신도 음악경보기능을 갖춘 8가지
색상의 "익스프레스"를 내놨다.

기능도 점차 고기능화 되고있다. 단순호출음만 내던 삐삐에서 긴급호출기능
알람기능,20~30개까지 전화번호를 기억할수 있는 기능,만보기기능,수신전화
번호 오류정정기능등 다양한 기능을 부가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이동통신이 한글문자 수신시스템을 개발함에따라 각 삐삐
생산업체들이 한글문자수신이 가능한 삐삐를 곧 개발,선보일 계획이어서
올해중 삐삐로도 한글문자를 받아볼수 있게 된다.

자동응답전화기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둘수 있는 음성삐삐도 곧
등장,각광받을 전망이다.

국내 삐삐 생산업계는 또 수신주파수와 관련,한개의 주파수만 수신할수
있는 기존 크리스탈방식의 한계를 극복,삐삐 사용자로 하여금 원하는
주파수를 선택할수 있을 뿐아니라 복수의 주파수를 이용할수 있게하는
기술개발에 나서고있다.

삐삐 이용이 급증하면서 삐삐를 범행에 사용하는등의 부작용도 없지않지만
생활의 이기로 삐삐가 가전제품화 하고있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오광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