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체가 자금압박에 시달리면 그 소문은 제일 먼저 증권시장에
퍼진다. 정부의 무슨 조치가 있을때도 마찬가지이다. 은행에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하루나 이틀뒤이다.

이 소문들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것은 아니다. 미미하긴 하지만 이런
소문만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은행에도 있다. 이른바 "정보팀"이 그들이다.

거래기업이나 경쟁은행에대한 각종 정보를 미리 알아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금융자율화가 진전될수록 정보팀의 역할은 커질 전망이다.

김모 서울신탁은행 과장. 그는 출근하자마자 신문부터 펼쳐든다. 경제면,
그것도 증권의 공시사항,기업동향,금융기관 움직임등이 그의 주요 관심사
이다.

보는 신문도 한두개가 아니다. 10여개가 넘는 조간신문을 그는 탐독하다
시피한다. 오전10시. 그날의 일간지"검토"를 끝내고 회의를 시작하는 시간
이다.

참석인원은 4명. 증권시장에서의 루머와 귀동냥으로 얻은 "카더라"통신
들이 쏟아진다. "++기업이 자금사정이 좋지않다더라" "00은행에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더라" "00은행의 임원이 사정 대상에 올랐다더라"등등.

수많은 루머속에서 은행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이슈를 뽑아내는 일이
회의에서 이뤄진다.

오전10시30분경. 직원들이 속속 외출한다. 이른바 "취재"를 나가는것이다.
다른 은행 동향을 맡고있는 김과장도 1주일에 3번은 취재 전선에 나선다.

알음알음으로 사귄 다른 은행사람들이 그의 주요 취재원이다.

"어떤 상품을 만들고 있는지" "점포설치자유화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온라인시스템 개발 상황은 어떤지"등 은행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지 그의
취재 대상이다.

때론 전화를 통한 취재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오후 3시경. 일선에 나간
동료들이 복귀한다. 계속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전화로 그날의 움직임
을 보고한다.

기업체나 증권사등에서 작성한 "정보지"등도 입수된다. 일선 영업점의
정보모니터로부터 정보사항도 접수된다.

정치인 동정에서부터 다른 은행의 행원급 인사이동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
속에서 은행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 터무니 없는 것,이미 기사화 됐던 것
등은 휴지통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신빙성있는 "뉴스"만을 가지고 오후5시까지는 16절지 1장을
메워야한다.

이렇게해서 "금융통신"으로 이름 붙여진 "신문"이 경영진과 관련 실무진
에게 전달된다.

이 통신을 근거로 관련기업체나 경쟁은행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은
경영진의 몫이다. 물론 평소엔 별다른 내용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거래
업체의 자금악화설들은 상당히 유용하게 이용된다.

올해초 한국강관과 동성개발의 자금사정이 좋지않을때부터 이 사실을 계속
"보도", 은행의 피해를 최대한 줄인것이 대표적이다.

"정보팀". 바로 김과장같은 사람들이다.

시중 소문들을 재빨리 수집, 경영진에게 되도록 신속하게 보고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이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긴장상태이다. 누구를 만나든지 놓치는 얘기가 없다.
안주머니엔 메모지와 펜이 항상 준비돼있다.

언론에 아직 보도되지않은 사실을 취재해야한다는 점에서 기자라면 일종의
기자인 셈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정보팀은 원래적 임무를 무색케할만큼 미미하기 짝이
없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한다는 사실을 발표 몇시간 전에 알아냈다는 삼성그룹
정보팀과 동격으로 봐서는 안된다.

그럴듯한 소문의 진원지인 증권회사정보팀과도 감히 비할 수 없다. 대개
은행은 은행정보팀끼리 만나서 반은 공개된 내용들을 거래하는게 고작이다.

증권회사등에서 내놓는 루머집을 겨우 얻어보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은행도
많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 존재가 미약하다는 얘기다.

실제 일정한 조직으로 정보팀을 운영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조흥은행과
제일은행은 각각 조사연구실에서, 한일은행은 경영연구실에서, 서울신탁
은행은 홍보실에서 1-4명이 일을 맡고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야 경영정보와 영업정보를 나눠 활동을 체계화시키고
있는 정도이다.

일본은행들이 정보기획부 정보개발부등을 독립부서로 운영하고있는 것하곤
비할바 아니다.

이렇듯 은행정보팀운영이 후진적인 가장 큰 이유는 인식의 부족. 아무리
부실을 많이 내도 망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굳이 정보의 선점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그저 중간만가면됐지 나서서 설칠 필요가 있느냐는 보신주의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비용도 조직도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고급정보원과 줄을 대고
정보를 뽑아내는 기업체하곤 천양지차다. 그러나 정보팀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자율화가 진전되고 있어서이다.

거래기업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아는 것이 부실채권 방지의 핵으로 등장
하고있다.

경쟁은행의 움직임을 아는 것이 생존 전략의 하나가 되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보팀은 대폭 강화될 것이고 또 강화하는 은행이 앞서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