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리스업계에도 종금사전환의 기회를 주십시오" 7일 전국리스노동조합
협의회가 펴낸 소책자의 제목이다. 이 소책자에는 리스회사의 노조원 1천
2백여명의 서명이 들어있다. 전체 리스회사임직원(2천1백명)의 절반이상
이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영업기반의 위축타개와
중소기업 지원강화라는 취지로 단자사의 종금사전환을 허용한다면 그로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리스사도 종금사전환이란 선택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조협의회는 이 건의문을 재무부는 물론 국회
의원들에게도 전달할 생각이다.

종금사가 많아지면 가장 큰 피해자가 리스사일것이란 전망은 리스사들이
지금도 리스업을 부업으로 하고있는 종금사들보다 장사가 신통치않은점을
볼때 어느정도 타당성이있다. 리스사는 1백m경주에 비유할때 종금사가
자신들보다 한 30m는 앞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종금사
숫자가 더 많아질 것을 생각하면 아득할뿐이다. 여기서 30m의 차이는 자금
조달수단의 차이다.

리스사의 자금조달방법은 크게 두가지. 리스채를 발행(원화)하거나 국내
은행에서 외화를 꾸는 것이다. 외화대부의 경우 도매상격인 은행들이 외국
에서 차입한 자금(뱅크론)을 다시 빌려쓰는 것이므로 은행마진만큼 값이
비싸다. 게다가 외화대출 의무비율을 지켜야한다. 1억원이 필요하면 외화로
약10만달러(8천만원)만 꿔줄테니 2천만원은 원화로 가져오라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원화를 섞어써야 하는만큼 평균금리도 훨씬 높아
진다.

그러나 갑류외국환은행인가를 가지고있는 종금사는 은행처럼 외국에서
직접 돈을 들여온다.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도매가격에 외화를 사용할수
있다. 원화를 몇% 써야한다는 의무비율도없다. "왠만큼 큰회사는 리스를
하고 싶을때 당연히 종금사부터 찾아갑니다. 종금사에서 자금이 없다든지,
아니면 회사내용이 시원치않아 퇴짜를 놓던지하면 그때 리스사로 오지요"
(윤인태 산업리스기획부장)

리스와 종금의 이런 불평등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게 "서브-리스
(Sub-lease)"다. 이 방식은 종금사가 리스회사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리스
회사는 이 돈으로 다시 일반 기업체에 정식리스를 주는것. 결국 쌈짓돈이
부족한 리스회사는 중간마진을 조금 떼먹으려고 종금사의 리스영업을 대신
해줄뿐이다. 이런 서브리스는 전체 리스실적의 약10%를 차지한다.

리스사들의 위축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한햇동안 전체 리스실적
(실행기준)은 7조3천7백억원으로 92년의 6조6천9백억원보다 10.2% 늘어
나는데 그쳤다. 90년(신장률 54.5%) 91년(52.6%) 92년(30.4%)과 비교하면
상당한 둔화다. 전업사와 겸업사를 나눠서 살펴보면 25개 전업리스사들은
6조6백억원으로 8.9% 늘어났다. 반면 6개종금사등 겸업사는 1조3천1백억원
으로 증가율이 전업사의 두배가량인 16.6%를 기록했다.

리스업계는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금융계 서자론"으로 풀이한다. 종금은
금융기관을 관장하는 재무부의 적자로 인정받는데 반해 리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서인지 리스의 법적지위는 아직도 분명치않다.
시설대여법에는 "물적금융업"으로 되어 있고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기계
종합임대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리저리 치이는 까닭에 아직 법인세법상의
기관투자가로도 지정받지못해 다른 금융기관처럼 투자자금의 손비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일본은 리스업을 통산성(상공자원부)에서 관장한다. 설비투자지원을 위주
로 하는 까닭에 제조업체와 한묶음으로 관리하는게 편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리스업이 재무부산하다. 리스산업이 아직 겸업사들보다도 불리한
상황에 처한것은 20년이 넘도록 분명한 자기정체성을 찾지 못한채 "없는집
(상공자원부) 적자보다는 있는집(재무부) 서자가 배부르다는" 현실의 틀안에
안주해온 결과라는 측면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