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선농협중앙회장이 공금횡령혐의로 구속 기소됨으로써 농수축협
등 생산자단체에 대한 개혁작업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농수축협의 개편안을 농수축협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오면 이를 농어촌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월말까지 확정지을 방침
이었다. 그러나 예상치도 않은 한회장구속사건으로 개혁안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농협에 대한 개혁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 "신농정"에서 개괄적으로
언급하고만 농수축협의 개혁방안을 구체화하고 그 시기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양배농림수산부장관은 7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이회창
국무총리에게 차기농협회장선거동향과 함께 농협 개혁방안의 초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검토중인 농협의 개혁방안은 <>신용사업(금융사업)과 유통
가공 등 경제사업의 분리 <>농수축협의 통폐합 <>기능이 비대해진
중앙회의 개편 <>중앙회장및 조합장선거제도 개편 등 네가지로 집약
된다.

이중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것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농협이 고유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 가공 등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보다는 손쉽게 돈을 버는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어 농민의 원성을 사고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분리를
통해 농협을 농민지원단체로 육성해야한다는 생각이다.

농협의 지난해 매출액은 30조7천1백21억원이었다. 이중 신용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공제사업을 포함, 17조6천1백9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경제사업은 13조9백31억원에 불과했다.
그만큼 신용사업에 치중했다는 얘기다.

농협이 취급하는 신용사업은 은행의 여수신업무, 보험의 성격을 갖는
공제사업, 계와 같은 상호금융등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신용사업중 신탁을 포함한 예수금만도 작년말 현재 16조8천억에 달해
전체 금융기관예수금의 8%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호금융22조원을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최대의 금융기관이 된다.

이처럼 비대해진 농협의 신용사업을 별도로 떼어내는 방안을 놓고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관계자는 "농협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함께 하다보니 양쪽 다 전문화가 안된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시장도 개방화되는 시점이므로 신용사업도 독립채산제를 실시,
전문화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기획원이나 재무부는 아예 농수축협의 신용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적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방안과
농수축협의 신용사업부서를 통합해 농업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해야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개혁방안을 4월말까지 자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인 농협 등은 이같은
정부의방안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농어촌발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원호농협조사부장은 "농협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용
사업을 분리할 경우 현재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제사업을 재정적
으로 보전할 길이 없어지게 돼 경제사업이 아예 추진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이 신용사업분리에 대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자 농림
수산부는 직접 개혁방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농협등이 자체안을
만들어오면 이를 검토한뒤 농발위에 넘겨 여야공동발의에 의한 의원
입법이 되도록하는 수순을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농협의 가장 민감한 수술부위인 신-경분리에 한발
빼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 농협회장구속을 계기로 농협의
개혁에 대한 주문이 어느때보다 강도 높게 나오고 있어 신용사업의
분리가 가속화될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