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두 분께서는 아이즈번에 피신을 가 계시도록 해야겠습니다.
승리를 거둔 다음 모시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밤 총퇴각을 단행할까
하니,그때 아이즈로 떠나시지요" 가와이의 말에 현번주인 다다구니가 입을
열었다.

"우리 나가오카번의 존망이 걸린 싸움인데,어찌 우리 부자만 피신을
하겠소. 될 말이 아니오. 아버님만 가시도록 하고,나는 남아서 귀공과
함께 전투를 지휘하겠소" "말씀은 지당하오나,실제로 그렇게 되면 오히려
싸움에 지장을 초래하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벌일 싸움은 산악지대를
근거로 한 유격전이 주가 될 것인데,도노사마를 소생이 일일이 모시고 다닐
수도 없고. 아무래도 장기전의 수행에 부담이 되니,피신을 가 계시는 게
오히려 우리의 작전을 돕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쯤 아시고,오늘밤 아버님을
모시고 떠나도록 하세요""그렇다면 도리가 없소그려"다다구니는 살짝 이맛살
을 찌푸리기는 했으나,그렇다고 못마땅한 기색도 아니었다.

그날밤 가와이는 군사를 이끌고 나가오카성에서 총퇴각을 단행하였다.
그리고 번주 부자는 가족들과 함께 경호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어둠 속으로
아이즈번을 향해 떠나갔다.

번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나가오카성을 관군의 수중에 넘겨주기는
했으나,그뒤 가와이는 아이즈와 요네사와를 비롯한 오우에쓰열번동맹에
가입한 여러 번에서 보내온 원군들과 연합작전을 펴서 곧잘 관군을 골탕
먹였다. 집요하게 공격하고는 물러나고,물러났다가는 다시 엉뚱한 곳으로
공격의 화살을 돌리는 유격전법을 구사하며 장기전 태세를 갖추어 나갔다.
겨울이 올 때까지 버티며 오우에쓰열번동맹군의 총병력을 집결하여 그때
가서 천하를 판가름하는 일대 결전을 감행한다는 계산이었다.

가와이의 그런 장기 작전에 아이즈와 요네사와를 비롯한 여러 번의 원군
지휘관들도 찬성하여 그에게 작전 권한을 일임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니까
가와이는 오우에쓰열번동맹군의 에쓰고 방면 총사령관 격이었다.

그와같은 가와이의 전술에 휘말려 아이즈 원정군이라는 명칭으로 변경까지
한 관군은 막상 아이즈번 쪽으로는 향해 보지도 못하고,나가오카에서 발목을
잡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 사실을 교토의 유신정부에서도 알게 되어 크게 당황하였다. 아이즈
정벌은 고사하고,나가오카 따위 칠만석에 불과한 조그마한 번 하나도
마음대로 못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