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의 목적은 형벌을 과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범죄가 자취를
감추고 형벌을 과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이루려고 하느데 있다. 이것이
형벌의 이상이다. 그러나 역사상 유례없는 태평을 누렸던 중국 요순시대
에도 형벌을 폐지하지는 못했다. 형벌은 인간사회가 존속되는 한 없애버릴
수 없는 제도이자 필요악이다.

형벌들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것은 사람의 목숨을 박탈하는 사형이다.
인류의 형벌사를 되돌아 보면 사형의 역사나 다름없다. 고대로부터 근세
초기에 이르기까지에는 사형이 형벌의 대종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에는 인도주의적 입장과 형사정책적인 고려에서 사형폐지론이 대두되면서
사형은 점차 제한, 내지는 폐지되는 추세로 기울어 갔다.

사형폐지론은 18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C 벡카리아가 쓴 "범죄와 형벌"이라
는 저서에서 비롯되었다. 그뒤 영국의 감옥개량가인 J 호워드는 그에 동조
하여 사형폐지운동을 벌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국의 E R 캘버트,
독일의 M 리프만, 미국의 E H 서덜랜드등이 사형폐지론을 주장했다.

한국에서도 일찌기 조선조의 제7대임금인 세조가 사형폐지론을 주창한바
있으나 신하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딛쳐 실현을 보지 못한 일이 있었다.
서양보다 훨씬 앞선 500여년전에 이러한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세조의
혜안에 경탄이 가게 된다.

상형폐지론의 논거를 보면 사형은 인도국의적 견지에서 허용될수 없고
응보 이외의 효과는 없으며 흉악범이나 확신범에게는 위협적 효과가 없고
형벌의 개선적 교육적 기능을 가지지 못할뿐만 아니라 오판에 의한 사형의
집행은 구제될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맞선 사형조치론자들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
는 사형폐지국가가 사형존치국가보다 훨씬 많아지게 되었다. 사형존치국가
라 할지라도 사형제도의 운용에 신중을 기하기위해 사형대상범위를 제한
하고 있는가 하면 사형적용을 신중히하는 방안과 사형집행을 제한하는 제도
를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형존치국가인 한국에서도 사형폐지국가로의 전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지난 1년동안에 52명이나 되는 사형수들의 형집행을 하지
않움으로써 정부수립후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500여년전
세조의 혜안이 이제야 이땅에서 빛을 보게 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