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무라가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간밤에 늦도록 술을 마시고
계집애를 끼고서 지금까지 자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가오카와 아이즈의 동맹군에게요?"
"그렇다구. 간밤에 에노기도게의 전선이 무너지고 말았다니까"
"음-"

이와무라는 번쩍 정신이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몸뚱이를 휘감고 있던
이불을 훌렁 걷어내며 벌떡 일어섰다. 그 역시 벌건 알몸이었다.

야마가다는 눈쌀을 찌푸리며 쯧쯧쯧. 혀를 찼다. 그리고 차마 그자리에
서있을 수가 없는듯 얼른 돌아서서 방밖으로 나가버렸다.

한참 뒤에 야마가다는 늦은 아침식사를 마친 이와무라와 대좌를 하여
나가오카번의 중립을 용납하지 않은 경위에 대한 그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얘기를 다 듣고난 야마가다는,

"너무 성급하게 결말을 지은것 같소. 가와이의 마지막 요구조건을 받아
들여서 그 결과를 지켜보았더라면 좋았을건데."
하고 아쉬워했다.

야마가다는 이와무라보다 열살 가량이나 연상이고 또 무관으로서의 지위도
높았을뿐아니라 화가 난 바람에 아까는 마구 반말로 퍼부어대듯 했으나
이제 격했던 감정도 많이 누그러지고 해서 어투도 정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면 끝이 없을것 같았어요.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능수능란하게 꼬리를 물고 늘어지지 뭡니까. 얄밉기 짝이
없더라구요"

"결국 말에 져서 일을 그르쳤구려"

"그르치다니요? 그럼 야마가다 도노는 나가오카번의 중립을 무조건 용납
하는게 옳다는 건가요?"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할바에야 중립을 가능한대로 받아들여야지요.
일을 그르쳤기 때문에 적을 하나 더 만들어서 당장 우리가 피해를 보지
않았나 말이오. 나가오카가 재빨리 아이즈와 손잡고 우리를 공격해 왔잖소"
이와무라는 말문이 막혔다.

"그건 그렇고,저. 이와무라 군감,내가 한가지 물어보겠소. 솔직하게
대답해 보오"

"뭔데요?"

"나가오카번과 휴전을 할 생각이 없소?"

"휴전을요?"
이와무라는 너무나 뜻밖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가오카와 아이즈의 동맹군이 간밤에 에노기도게를 공격했다고는 하지만
자기네 동산도 진무군과는 아직 한번 부딪쳐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휴전
이라니 도무지 말이 되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