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땅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할수 있는데도
꼼짝하지 않는 경우와 할수 없어서 부동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현재 자세는 전자에 속한다고 지적받고 있다.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위한 연구원의 부동자세는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흔히 과학기술의 국제화는 다른 분야보다 용이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국제화는 쉽지 않다. 진정한
과학기술의 국제화는 연구실의 국제화로부터 시작된다.우리의 연구실에서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젊은 연구원들이 함께 일하고 또 중국 동남아등
기술후진국의 과학자가 한데 어울어져 연구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질때
국제화가 이루어진다.

여기에 더 나아가 연구실의 장자체도 외국 과학기술자가 맡으면 더욱
좋다. 이처럼 이상적인 국제화를 위해서는 먼저 저명과학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국내에는 그만한 매력과 환경을 갖춘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없다.

과학기술의 세계도 경제논리 이상의 냉엄한 자기이해가 관철된다.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는 과학기술계에서 누가 자신의 학문적 이익을 희생
하면서 기술후진국에 들어와 연구하려 하겠는가. 마치 우리의 연구자들
보고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인도네시아나 태국같은 나라에서 연구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유능한 해외과학자를 유치하려면 이들의 학문적
희생을 상쇄할 금전적 대가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술선진국으로 나가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과거와는
달리 미국등 선진국의 불경기로 연구비가 축소되었고 또한 한국을 일본과
같이 잘사는 나라로 간주하여 비용을 부담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화의
성패는 재원문제로 귀착된다.

이제 우리의 과학기술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첨단기술분야에서 속속
선진국에 도전장을 내고있다. 국제화를 통해 취약점인 기초 핵심기술만
보완하면 우리도 머지않아 당당히 기술선진국 대열에 오를수 있다. 그러나
국제화는 말이나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뒷받침될때 가능하다.
지금부터라도 국제화에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