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관직에 있는 이를 위하여 두마디 말이 있으니
가로되 ''오직 공정하면 명지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함이
그것이다" 우리 공직사회를 되돌아보면 명철한 지혜를 기대할수도 없고
위엄도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적폐들
의 행렬이 오늘날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공직자들의 성금유용사건도 "채근담"의 경구를 다시금
되씹어 보게 한다. 관련공직자들이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기업으로
부터 한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던 새정부의 개혁의지를 만분의 일이라도
이해하는 명지를 가졌더라면 공직사회의 위엄이 실추되어 매도 질타당하지는
않을것이 아닌가.

문제는 과거의 잘못된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의식
상황에 있다. 기업이나 단체들로부터 민원을 미끼로 반강제적으로 징수해
오던 기부금과 어린이들의 푼돈까지 끌어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목적
이외의 사용으로 써오던 오랫동안의 관행 고리를 끊어버리지 못한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그러나 공직이란 원래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그 관행은 이미 도려내졌어야 할 악행이다.
관련공직자들이 불우이웃을 위해 쓸 돈을 스스로의 명이만을 쫓는데 급급한
나머지 자기명의의 경조비나 격려금등으로 써버렸다는 것은 통탄을 넘어서
분노까지 느끼게 한다. 백성을 수탈하는 악정을 자행하면서도 그것을 호도
하기 위해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송덕비를 강제로 세우게 했던 조선조
지방수령들의 행위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이번 성금유용 관련자들을 형사처벌이 아닌 징계 내지는 해임조치
로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고위당국자의 말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당혹감
을 갖게 한다. 몇해전 성금을 빼돌려 쓴 어느 사주가 실형을 선고받았던 일
을 기억하고 있다. 공직자라고해서 법치주의의 울을 벗어나 예외로 취급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번 사건의 냉엄한 심판에 앞서 정부는 무엇보다도 "국가기관 또는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할수 없다"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제4조의 취지를
제대로 이행할 결의를 다짐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기부금을 모금할 경우에는
사용내용을 기부당사자들에게 소상하게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
으로써 잘못된 관행이 재연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