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정부는 오는 25일로 출범 1년을 맞는다. 국민의 기대를 모은
가운데 취임한 김영삼대통령이 내세운 국정운용 슬로건은 "변화와 개혁"
이었다.

변화와 개혁의 바람은 여러곳에서 불어닥쳤고 그 파장 역시 대단한
것이었다.

한정권의 1년을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 아니라 자칫 초점이
빗나갈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김영삼정부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긴 했지만
1년간 많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공직자재산공개, 부정부패
척결, 대통령 스스로 선언한 정치자금수수 중단등은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
하게 뚫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수준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김영삼정부는 스스로 국민의
기대를 앞질러가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국민의 기대수준을 높였고 이제는
높아진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할 부담과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이점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일을 추진해 나갈때 깊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구호
를 앞세운 정책은 이를 뒷받침할 내용과 구체적 계획이 없을때 혼선만 빚고
국민의 기대수준을 높였다가 높아진 기대의 좌절을 맛보게 할 뿐이다.

김영삼대통령 정부가 출범할 때의 한국경제는 어느면을 보더라도 밝은
측면이 없었다. 심한 경기침체에다 경기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돌파구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경제를 단기간안에 활성화시키고자 나온
것이 "신경제 100일계획"이었다. 그것은 제도개혁도 중요하지만 경제에
일단 활력을 불어 넣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돈을 풀어 단기간에 경기를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고 또한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경기가 풀리고
올들어 일부업종에서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물가
가 먼저 뛰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신경제 100일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에도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활성화와 개혁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더욱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나타낼수도 없다. 김영삼 정부출범이후 개혁과 경제활성화를 동시
에 추진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개혁의 추진으로 경제가 실종된다면서
개혁이냐, 경제활성화냐의 시각으로 문제를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과 경제활성화는 결코 일의 문제는 아니다.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강화와 성장잠재력을 키워가야 하며, 또 한편으로 경제가 살아움직여야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김영삼정부의 방향설정은
올바른 것이었다. 문제는 추진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데 있었다. 개혁의
경우도 과거 잘못에 대한 처벌에 치우치는 인상을 준것 또한 사실이었다.

과거 잘못에 대한 징벌의 중요성과 불가피성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는
소극적 개혁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것은 열심히 더욱 정정당당
하게 미래를 창조해가는 적극적 개혁에 용기를 주고 박수를 쳐주어야 한다.

금융실명제의 전격실시는 경제혁명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는 실시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금융실명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법과 제도의 개혁이 뿌리
내리려면 오래 지속돼온 관행과 국민의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
이다. 장영자어음사건은 금융실명제의 정착이 간단치 않은 과제란걸 보여
주고 있다.

개혁과 경제체질의 강화, 성장잠재력배양, 이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김영삼정부가 풀어가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어떤 경제문제든 그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어떤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부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각부처가 손발을 맞추지 않고 부처차원에서만 이것저것
정책을 발표해서 혼선을 빚는 사례는 올연초의 연두 업무보고에서도 많이
나타났다.

예컨대 농업문제 따로, 환경문제 따로, 조세문제 따로식의 접근으로는
어떤 문제도 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부르짖고 있는 국가경쟁력이란
것도 정부 기업 근로자 국민등 모든 경제주체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등
모든 부문이 제몫을 다하고 효율성을 발휘할때 강화될수 있는 것이다. 우선
행정부부터 손발을 맞추지 않고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할수는 없다. 지난해
정부부처안에서 나온 노동정책에 대한 불협화음은 얼마나 많은 혼란을
주었는가.

경기가 풀리고 있고 모든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어 김영삼정부는 이점을
지난 1년의 성과로 치부하고 싶은지 모른다. 그러나 언 땅이 녹는 이른
봄에는 축대가 붕괴되고 지반이 내려앉는 위험이 있듯 더욱 세심한 배려와
정책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경기가 풀리는건 솔직히 말해 정부가 잘해서
라기 보다 내외여건의 변화때문이다.

경제적 성과는 통계숫자로 나타나는지표로만 따질수는 없다. 정부는
그러한 숫자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단기적인 인기에도 연연할 이유도
없다. 정통성을 갖는 문민정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가 국제화 세계화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는 방법을 함께 생각하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한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돼 있다. 김영삼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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