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 아쉬운 영업일선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본사에서 그런
말을 할수 있습니까. 더군다나 영업국장까지 지낸 사람이." 작년10월
인천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대한생명 전국영업국장회의에서 일선국장
들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다.
이병조영업기획부장이 93년 12월부터 설계사(보험업계에선 모집인을
설계사로 바꿔 부른다)신육성제도를 도입한다는 영업전략을 밝히면서
그준비단계로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저능률설계사를 자르도록 지시한데
대한 반발이다.

실무주역인 이부장은 그러나 막무가내였다. "10월말 현재 2개월동안
신계약실적이 없거나 2회차 유지율이 제로인 설계사, 월평균 6일이상
무단결근한 사람은 모두 등록인원에서 제외하시오"이부장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11월5일까지 정비된 모집인 등록현황을 보고하도록 지시까지
했다.

저능률 설계사의 "대학살"은 결국 본사의 뜻대로 밀어붙여졌다.
작년11월 한달동안 무려 7천3백여명이 설계사명단에서 지워졌다.
이같은 고통을 수반하고 태어난게 바로 "설계사 신육성제도"이다.
이제도는 설계사 정리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보험설계사로 첫발을
디디겠다는 사람을 엄선해서 선발하라는게 신육성제도의 골자.
출구(설계사 정리)를 크게 넓혀 거품을 제거하고 난 다음 입구(채용)
마저 좁힌 것이다.

대한은 이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함께 동원
했다. 신인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기본수당을 2배이상 올렸다. 한사람당
월10만원에서 대도시지역은 월25만원, 중소도시는 20만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한편에서는 등록시험을 보기전에 설계사로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희망교실 신인교실등 2단계의 특별교육과정을 신설했다.
조기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교육도중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스파르타식교육이라고 회사측은 말했다. 조기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시험에 합격해도 현장에 곧바로 투입시키지 않는다.
상품지식을 확고하게 갖추도록 1개월간 상품교실에 입교시킨 다음에야
정식 등록된다.
이름하여 익월등록제다. 그후에도 시장개척능력을 배양하는 개척교실
과정을 거쳐야 영업일선에 나서도록 했다. 처음 신인교육을 받기 시작
해 5개월이 지나야 비로소 정식 설계사로 태어나는 셈이다.

신육성제도에 따라 교육을 받고 영업일선에 뛰어든 설계사는 아직
없다. 4월말부터 신교육을 받은 설계사가 배출된다. 신육성 1기
설계사가 과연 몇명이나 태어날지는 회사측도 모른다. 교육중인 예비
인력 숫자도 파악하고 있지않다. 별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육성제도가 도입된 이후 2개월여만에 영업일선의 반응은
1백80도 달라졌다. 작년말 자신이 관리하던 설계사를 자르면서 반기를
들었던 영업일선이 말이다.

"설계사 증원보다는 교육에 더 신경을 쓰는 까닭인지 모르지만 영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이 피부에 와 닿는다" (오희호영등포
영업국장)"신인 채용부터 엄선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으나 정착률을
2배이상 높일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조현근서울 번동영업소장)
아직 신육성제도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무한경쟁시대(백지시장)에서 싸워 이길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이방법밖에 없다고 대한측은 확신하고 있다.
대한의 새로운 시도에 경쟁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은 물론
이다.

<송재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