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의 TV 광고를 보면 "공문 결재란에는 고객의 란이 하나 더
있습니다"면서 회의실에도 고객의 자리를 두고 있다고 선전하고있다.

이는 공문기안을 할때에도 고객의 입장에서 기안하고 결재시 고객의
의견까지 최종 확인하겠다는 자세이며 회의에서도 고객을 동참시켜
"좋습니다"라는 동의를 얻어내겠다는 회사 경영방침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이처럼 각 기업들이 앞다투어 고객제일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그룹연수원이 고객의 모습을 정의하는 소책자를 발간,주목을 끌고
있다.

두산그룹은 연수용 교재로 펴낸 이 책자를 통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던
시대에는 고객이 봉이였으나 이제는 고객은 봉이 아니라 선택권을 휘둘러
자신에게 영합하지 않는 공급자(기업)를 죽여 버리는 폭군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고객에게는 굳이 위스키이어야 할 이유도,반드시 맥주이어야 할 이유도
없으며 자신의 필요와 기호에 따라 가장 좋아하는 것과 자기에게 만족을
주는 것,1등인 것만을 선택하는 특성이 있다.

고객은 1등 제품을 2개 사고 2등 제품을 1개 사주지 않으며 외제건
국산이건 문제 될 것이 없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어제까지
아끼며 선호하던 것도 오늘 더 자기를 만족시켜주는 제품이 있으면
"언제 내가 너를 종아했냐"며 종전 제품을 철저히 외면한다.

따라서 고객에게 어제까지의 정을 봐서라고 생각을 바꿔달라고 부탁해봤자
부질없는 짓이다.그야말로 고객은 인정머리가 없다.

이처럼 고객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며 인정머리가 없고 자신의 마음에
들면 살려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면하는 폭군이다.

흔히 라면이나 지프 등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던 브랜드
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1위의 자리를 다른 브랜드로 넘겨 준채 1위의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때 고객이 봉이라는 소리는 이제 옛말이 된 것
이다.

방이 춥다고 고객이 불평하면 그 방은 난방이 필요한 것이다."이 정도
날씨가 뭐가 춥습니까" "난방을 해도 오늘 날씨가 추워서 이정도 밖에
안된다"라고 반문할 경우 고객을 무시하고 "우리 서비스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흔히들 전화를 걸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서 모르겠는요.나중에 다시
전화해보시죠"라고 퉁명스러운 대답을 아직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객입장에서 보면 고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세로 볼 수 있다.

담당자란 부서의 편의를 위해 임의 할당된 것이기 때문에 고객입장에서
보면 누가 담당자인지를 알 필요도 없으며 또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

두산그룹은 이 책자에서 "고객은 항상 옳다"라는 인식을 거듭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고객이 춥다면 추운 것이고 디자인이 마음에 안든다면
빨리 고처여 하며 제품의 좋고 나쁨은 사용하는 고객이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폭군같은 고객에게 철저히 "영합"하는 품질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김형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