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학회토론회...이한빈박사 기조연설>=======================

한국정책학회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대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 앞서 이한빈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사장
(전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의 기조연설이 있을 예정이다. 이이사장의
기조연설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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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몇해 앞두고 전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난89년부터 동유럽이 공산주의와 소련으로부터 이탈하면서 전 세계가
크게 요동하고 있다. 동시에 태평양 방면에서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APEC라는 넓은 지역공동체의 틀이 형성되고 있다. 민족통일을 숙제로
가진 우리에게 이런 급격한 변동은 전에 없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국제환경의 변화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매우 벅찬 도전
이다.

눈을 돌려 우리 사회내부를 살펴 볼때,지난 한 세대동안 숨가쁘게
추진한 공업화의 응보(Nemesis)처럼 농촌재건의 숙제와 환경보전의
도전을 동시에 안게 되었다.

이렇게 안과 밖에서 동시에 엄습하는 변화의 도전을 한마디로 무한
경쟁이라고 표현할수 있다면, 여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국가경쟁력의
강화일수 밖에 없다.

작년 2월 출범한 김영삼정부는 첫해에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한 정치
상층부의 부패척결, 정보정치의 종식, 군부내 사조직제거, 금융실명제
실시등을 통해서 취임사에서 천명했던 주요과제중 "부정부패의 척결"
"국가기강의 확립"등 두분야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초기적 치적을
올렸다.
이제 남은 주요 과제가 "경제의 회생"이라고 할수 있는데, 급격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춰 일보 전진하여 금년부터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정책의 기조로 천명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합하다고 볼수 있다.

이제부터 국제경쟁의 주 종목은 명백히 과학기술과 교육이다. 과학
기술은 당면한 과제요, 교육은 중장기 과제이다.

우선 현재 민간기업에 부속된 연구개발연구소가 1300개에 달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것은 경쟁에 나서는 우리 경제의 큰 자산이다.
정책적으로는 민간기업에 세제상 유인을 주어 이런 연구투자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이들 배후에 있는 각 전문부문별 출연
연구기관에도 계속 국고투자를 집중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국가가 직접
관여할수 있는 국립대학의 이공계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경쟁의 긍극적인 종목은 역시 국민교육이다. 국민학교에서부터
합리적 사고와 상상력을 얼마나 잘 배양하느냐 하는것이 10~15년 후에는
그대로 국가경쟁력의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교육개혁의
핵심은 "콩나물 교실"의 개혁이다. 결국 교사의 수를 현재의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에 관해서도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가가 직접
사립대학에까지 투자할 재정이 제한된다면, 이제는 대학교육에 대담한
분업을 생각해 볼만도 하다. 재정 투자가 긴요한 이공계는 주로 국립
대학에 집중하고 사립대학은 인문사회계를 담당케 하는 정책방향이다.

앞으로 제조업이나 서비스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게 하자면 절대로
필요한 것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다. 원료와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
해야할 우리의 입장에서는 부산 광양 목포를 연결하는 남해안의 항만
개발을 필두로 하여 국제공항의 확충, "정보의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종합정보망(ISDN)의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에는 우선적인 재정투자가
장기에 걸쳐 경주되어야할 것이다. 싱가포르가 10년전부터 모든
사무실과 학교 가정을 첨단전파통신이 가능하도록 광섬유로 연결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이야말로 온대지방에 자리잡고 양질의 인력이 많은 우리
나라가 21세기에도 계속 겨루어 볼만한 종목이다. 다행히 지난
한세대동안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양쪽에 기반이 마련되어 전세계를
상대로 통상할수 있는 기틀을 갖추고 있다.

미래의 시각에서 볼때, 가급적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가질수 있게
하는 것이 상책중에도 상책이며, 제조업은 우리가 손을 떼서는 안되는
종목이다.
다만 과거에는 우리가 값싼 노동력으로 경쟁했지만 이제부터는 두뇌와
기술로 경쟁을 해야 하므로 기술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UR는 우리에게 10년이상 묵은 농업구조개편의 숙제를 한꺼번에
안겨주었다. 우리는 온대지방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열대지방에 더
적합한 농업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우리의 확대된 삶의 공간
이라고 할수 있는 APEC의 테두리 안에 열대농업이 가능한 여러나라
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열대농업이 유리한 종목은 점차로
그들에게 넘기고, 온대지방에 유리한 작목을 열심히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여야 하겠다. 물론 이제부터는 농업에도 유전공학등 첨단기술을
도입, 종자갱신 수확증대 식품관리등 연구개발을 적용해야 한다.

이제부터 정말 경쟁이 맹렬해질 분야가 바로 금융과 서비스분야다.
금융에 관해서는 이미 국경이 없이 24시간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있다. 한국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외부로부터 금융자금이 몰려올 전망이다. 중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경제가 활성화되고 국민소득과 저축이 증가함에 따라서 한국은 금
융서비스의 격렬한 경쟁마당이 될 소지가 많다. 뿐만아니라 21세기
세계의 성장중심이 될 APEC 전지역에서 은행 보험 증권 항공 해운
광고 법률등 다양한 서비스분야의 치열한 국제경쟁을 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경쟁의 마당에 누가 선수로 나서는가. 국제경쟁의
주전선수는 기업가이다. 이전에는 군함이 가는 곳에 상인이 따라갔지만
이제는 기업가가 가는 곳에 군함이 따라가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기업가들을 다시 보아야 한다. 우리의 기업가
들은 벌써 20년 전부터 호주와 캐나다에서 원광석과 석탄을 대량
운반해다가 저렴하고 양질의 강철을 만들어 그것을 원료로 만든 선박
자동차 가전제품을 전 세계에 내다 팔고 있다. 어떤 표준으로 보나
이미 국제수준급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생산체계로 변화함에 따라 세계의 유수한 기업들은
이미 국경을 초월하고 정부의 어깨 너머로 이른바 다국적기업간제휴를
결성하여 기업 상호간에 자원과 시장을 결합하기 시작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부터는 이 게임에 참가해야 하며 정부나 일반사회도
이것을 밀어 주어야 할것이다.

중소기업가들도 뺄수 없는 선수들이다. 벌써 우리의 중소기업들
중에는 재빠르게 중국의 천진 위해 청도등지에 진출하여 성공적으로
시장개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앞으로 북한이 경제적으로
개방을 시작할때에는 이런 중소기업가들에게 큰 기대를 걸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저임금의 노동력을 기초로 해서 전 세계에 수출해
성공한 때가 있었다. 이제는 기술을 가진 숙련로 노동력을 양성하여
전세계를 상대로 통상을 해야 할 시대에 돌입했다. 그러므로 숙련된
근로자는 황금알을 낳는 닭처럼 사회가 후대해야 한다. 한편 자동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생기는 유휴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재교육과 재훈련에도
기업과 국가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앞서 지적한것처럼 현재 우리나라에는 1300개의 기업 소속 연구소가
있다. 현대 수출이 잘되고 있는 제철 조선 전자 자동차등 각종 산업의
배후에는 이런 연구개발 시스템이 지원하고 있다. 지난 한세대에 상당한
국력을 기울여 육성한 이 시스템은 경시해서는 안된다. 많은 외국에서
부러워하는 우리의 국가경쟁력 거점이다.

지식산업과 정보화가 판칠 21세기의 국제경쟁에 있어서 과학기술자와
더불어 대학교수들이 국제경쟁의 중요한 선수가 될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우리 대학가에선 경쟁의 풍토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대학개혁의 핵심이 있고 그 주안점은 경쟁을 도입하는 일이
돼야 할것이다.

국제경쟁이란 게임에 있어서 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미묘
하다. 과거 공무원의 역할은 규제가 주가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유럽 공동시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30년간 회원국
12개국안에서는 수백 가지의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었고 최근 몇해
사이에는 그 과정이 가속화 되었다. UR후의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환경이나 식품관리분야등을 제외하고는
규제를 빨리 철폐하는 것이다.

앞으로 APEC가 서서히 하나의 지역 경제공동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공무원들은 양면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 쪽에서는
대외적으로 우리산업과 국민이 큰 손해를 보지 않게 수비하는 면과,
동시에 지역 전체의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여 국내규제를
얼마나 빨리 철폐하느냐 하는 복잡한 경쟁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공무원들에게 전에 없던 국제감각과 봉사정신을 요구할
터인데, 공무원의 충원과 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국제경쟁에는 모든 국민이 참여해야 하지만 특히 기업인 근로자
과학기술자 대학교수와 초중등 교사들, 그리고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
들이 선수로 뛰어야 한다. 선수들은 전 세계를 시야에 넣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이게임은 마라톤과 같이 장거리 경기다. 따라서 자라나는 세대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자주성을 갖고 세계를
보는 눈, 많은 지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통합하는 합리적 사고능력,
세계 사람들과 의사전달을 할수 있는 자기 표현의 능력, 그리고 개인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공동선을 실천할수 있는 도덕성등을 구비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해 준다면, 앞으로 20~30년이 지난 21세기초엔 우리도
민주적으로 통일되고 번영한 한 민족으로 당당히 세계무대에 설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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