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 <국토개발연구원장>

7년여동안 지속되어 온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어렵사리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면서 개방의 충격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농산물이라는 의제가 처음으로 채택되기는 하였지만 GATT에서의
개방논의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개방
대응태세가 충분치는 않았던 것 같다.

건설시장도 서비스의 한 분야로 개방을 맞게 되었다. 농산물 금융
통신등의 분야에 가리워져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나 연간
건설투자가 국민총생산의 약 20%, 총고정자본형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건설시장의 개방도 소홀히 다룰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반건설의 경우 금년부터, 전문건설의 경우 96년부터
면허취득을 통한 시장접근을 허용할 예정이다. 97년부터 정부투자
기관을 포함한 공공조달시장에 있어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건설
공사에 외국의 건설업체가 우리나라 업체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건설시장이 개방되면 앞선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선진 외국 건설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외국업체가 직접 입찰에
참여하게 될 공공건설시장 부문의 타격이 클 것이다. 현지법인 또는
지사의 형태로 진입할 민간건설시장의 잠식도 예상된다. 일부 한계
업체의 도산도 예견된다. 그러나 외국업체와의 시장경합을 통하여
우리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건설산업을 합리화하고 선진화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한편 30조원 이상을 필요로 하는 건설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내 건설시장이 외국업체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이 있는 동시에 우리
건설업체들에도 해외시장의 문호가 크게 열려진다. 모든 GATT회원국의
민간건설시장에 대해 공정한 원칙에 입각하여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되었고 최소한 20여 정부조달협정 가입국의 정부조달시장
에서는 내국업체와 똑같은 자격으로 공사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미국의 American Preference Policy나 Buy American Policy의
불이익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일본의 건설시장에서도 미국에
주어진 혜택을 그대로 우리도 적용받을 것이다.

앞으로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전면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할 것이다.
건설시장의 개방으로 이제 제도적인 장벽에 숨어 보호받을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경쟁의 양태도 바뀌었다. 과거에 부수적이라고
생각하였던 금융및 기자재 조달능력을 포함한 총체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시공기술의 단순비교를 통하여 시장잠식정도를
타진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과거의 잣대를 적용하려는 것이다.
또 시장을 국내및 해외로 이분하여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잘못된
접근이다. 향후에는 단일의 경쟁무대인 "건설시장"만이 있게 된다.

건설산업의 미래에 대한 명암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건설의 경우
국제적인 경쟁체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우려할 만한 사태는 아닌 것
같다. 지난 20년 이상의 해외건설 진출이 실익보다 사상누각의 측면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간의 경험과 자신감을 잘 살린다면 우리의 대응
자세에 따라서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개방의 실익을 더 크게 얻을수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의 해외건설은 80년대초 한때 100억달러 이상을 수주하며 미국
다음의 위치를 향유한 적도 있다. 그러나 중동 건설시장의 퇴조, 한국
노임단가의 상승 등으로 그이후 쇄퇴하였었다. 다행스럽게도 동남아
건설시장을 중심으로 해외건설이 89년부터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며
93년에는 해외건설 계약액이 5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얼마전에 우리나라 해외건설 누진 수주실적이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해외진출의 수지타산을 떠나 최근의 이러한 현상은 해외건설의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더해주고 있다.

건설시장 개방과 관련하여 정부는 규제완화와 발주자 보호를 위한
제도의 정비를 촉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건설업계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건설기술 개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같은
금융력의 제고, 그리고 건설관리 능력의 배양을 포함하는 종합화
능력의 고도화가 시급한 과제이다. 규모에 따라서는 전문화를 통한
대기업과으리 협력, 역할분담을 꾀할수도 있을 것이다.

건설시장개방이 우리 건설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해외건설을 활성화
시키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