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불법취업중인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산업재해보험을 3년전까지
소급적용키로 한 조치는 우리의 부끄러움을 하나 덜어주는 일이다. 불법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산재는 92년 10월이후 중단돼 왔었다. 그상이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입고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도 잃고, 그렇다고 고국
으로 빈손으로 돌아갈수 없는 딱한 처지를 겪는 외국인근로자들을 많이
보아오며 우리 국민이 도덕적으로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을 가져왔다.

이번 조치는 김영삼대통령의 지시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속결할수 있는 일을 국가수반의 지시가 떨어져야 하고 그것도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는 단서를 달아가며 하게 된것은 우리 행정에 창의성
이 없는것 같아 또다른 부끄러움을 느낀다.

차제에 불법외국인근로자들에게도 그들이 받을수 있는 정당한 대우를 해
주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한 불법이다,
합법이다를 따지면서 부당한 대접을 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법적으로는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어도 그들을 추방하지 않고 사실상 취업을 묵인해
주고 있는것은 우리정부다. 그런 이상 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도록 관심
을 갖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동남아 후발국에서 온 근로자들에게는 앞서가는 국민답지 않은
처신을 해왔다. 산재는 제쳐 놓고라도 식당의 종업원으로 또는 공장의
막노동꾼으로 일을 시키고는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빌미로 임금조차 지불
하지 않은 사례도 있어 왔다.

우리도 외국에 나가 일하면서 설움을 받던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서독에
광부로 고급인력을 수출한 일이 있고 사우디열사에서 일하고도 사회보장
연금을 받지못해 분통을 터뜨린 일도 있다. 재일교포들이 차등대우를 받고
있는것도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미국 일본등 선진국 사람들에게는 정도이상으로 고개숙이면서 후진국
근로자들을 푸대접한다면 우리 국민답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우리산업 발전에 이바지도 하고있다. 우리근로자가 기피하는 3D
업종에 일하면서 일자리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임금도 싸 고임을 감당할수
없는 중소기업엔 구세주같은 존재다.

그들은 또 외교관이다. 약5만4,000명으로 추산되는 동남아각국의 근로자들
이 우리한테 따뜻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면 우리나라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며 그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우리제품을 사고 선전도 해줄것이다.
또 좋은 인력들이 다른나라보다는 우리를 더 찾아 생산성을 높여줄수도
있다.

지금은 국제화시대다. 근로자들이 국경없이 넘나드는 때가 다가올수도
있다. 북미자유협정타결로 멕시코 근로자들이 미국을 드나들고 싱가포르
공장은 말레시아근로자들이 국경넘어 출퇴근하며 가동하고 있다.

우리국민도 국제신사다운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