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철폐의 필요성은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
이라도 이를 수행함에 있어서 부작용이라든지,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규제완화 내지 철폐과정에 문제점들이 있어
이를 환기시킴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첫째는 규제철폐작업의 주체성이다. 규제를 장악하고 있는 실무부서는
규제철폐의 필요성을 가장 실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책부서의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따라가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실무담당자들은 마치 권한을 빼앗긴다는 생각에서
가능하면 알맹이를 빼놓은채 규제를 피상적으로만 완화하려 할 것이며 내용
보다는 실적을 보이는데 관심을 쓰려 할수 있다. 그래서 "허가"제도를 일단
"신고"제도로 고쳐놓고서는 신고를 받지 않음으로써 권한 행사를 지속하는
사례를 볼수 있게 된다. 또한 업무수행이 귀찮은 일부터 손을 털어버리려는
경향도 나타날 수 있다.

둘째 규제철폐의 목적을 인식하지 못한채 맹목적으로 단행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규제철폐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때 규제를 철폐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얻으려는 것을 못 얻고 사회적 비용만 치르게 될것이다.

화물운송알선업이 좋은 예이다. 동네 담벼락에 붙어있는 이삿짐센터의
2424전화번호는 기실 화물운송알선사업체의 번호인데 이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어 누구나 신고에 의해 사업을 운영할수 있다. 가진 자산이라고는
전세낸 사무실과 전화기 한대뿐이고 화물차는 개인면허자의 것을,인부는
인력용역회사의 소개로 그때그때 충당하고 있는 회사가 적지않다. 이사
도중에 이삿짐이 없어지거나 짐이 파손된다 해도 보상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셋째 모든 규제를 다 철폐해서는 안된다. 환경영향평가니 교통영향평가도
규제의 일종이라며 완화하자는 주장이 있다. 선진사회를 언뜻 들여다보면
규제가 적어 경제활동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교통및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철저히 배제시킨다.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사회는 이제 본격적인 탈바꿈 시대를 맞아 다른 분야의 선진화작업과
함께 불필요한 행정규제의 껍질을 깨끗이 벗을때가 되었다. 그뿐이 아니다.
시간을 좀 끌어보려 하여도 외국의 압력에 의해 별수없이 규제철폐를
당하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아무리 급하고
옳은 일이라도 챙겨야 할 것이 있고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가장 급한 일은 실무담당자들을 깨우쳐 연구하고 준비하여 규제완화로
인하여 새로 챙겨야할 업무를 수행할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아쉬운 주민이 찾아와 허리를 조아리면 마지못해 도장을
찍어주던 사람들을 현장으로 내보내 서비스수준을 점검하고 통계수치를
뽑아오도록 만드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바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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