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문에 특이한 재판결과 하나가 보도되었다. 가족과 따로 사는
노모의 전세금과 생활비를 그 아들이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 어머니의 사정의
오죽이나 어려웠으면 세상 사람 모두에게 귀한자식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런 재판을 청구했을까. 그 어머니도 젊었을때 그 아들하나만 바라보고
살았으며 제대로 가르치고 키우느라 자신은 먹을 것 입을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노인들이 처한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우선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상당히 오래 전에 발표된 자료이긴하지만 도시 여성노인의 경우 57세가
될때 막내자녀를 결혼시킴으로써 경우 부모의 책임을 마친다고 한다. 이때
남편은 이미 은퇴한 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년를 한부명만 낳는
젊은 세대와는 달리 아들은 3~4명을 낳아 키운 옛날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식 키우는데 청춘을 보내고 나니 머리에는 서릿발이 내리고
아리따운 새댁은 어느새 "핀털털이 노인"이 되고 만 것이다.
그와 반대로 오래전부터 한두명의 자년만 낳아 길렀던 서구의 노인들은
55세정도에 자녀를 모두 독립시키고 65세경까지 약10년간 직장생활을
계속한다. 따라서 경비지출은 별로 없으면서 누부부만이 안정된 수입위에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수 있다. 이를 "경제적 회복기"라 하는데
불행히도 우리는 58세경이 정년퇴직이므로 이런 회복기가 없다.

요즘들어 부쩍 노후설계 보험,신탁,정기예금등이 인기를 끌고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일시불 퇴직금보다는 연금을 선호하는 퇴직
근로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또 예전처럼 재산을 자녀에게 사전
상속하기보다는 최후순간까지 갖고 있으려는 노인이 더 많아지고 있다.
자년양육과 국가건설에 일생을 바친 노인들이 재판을 통해서야 겨우
노후보장을 받아야 하는 오늘날,모두 "노후의 자립"문제를 깊이 생각해
볼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