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세형 무역협회 상무이사>

지난해 경상수지는 89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균형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도 무역수지 뿐만 아니라 무역외수지의 개선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5억~1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증시가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가운데
금년에는 3단계 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계획의 본격추진으로 해외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따라 종합수지 흑자규모는 100억달러대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다한 외자유입이 예상됨에 따라 원화는 절상될 수밖에 없고,또
그것이 우리경제에 유익한 것처럼 논의되는 경향이 있다.

원화가 절상되면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증발로 야기될수 있는 인플레압력을
일정 부분 완화할수 있고,기업도 외화표시원리금상환부담을 경감할수 있어
채산성 개선에 기여할수 있을 것으로 보기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원화절상 논의는 우리경제의 먼 앞날을 보지못하고 단순히
눈앞의 현실문제처리에만 급급한 처사로서 우리경제의 기본잠재력을 흐트려
놓을 우려가 있다. 먼저 최근의 수출동향을 보면 대개도국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이들 국가와의 경쟁을 뚫고 수출을 지속적으로 증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환율의 안정적 운용은 불가피하다. 특히 수출주도품목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일본과 극심한 경쟁상태에 있는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의
세계시장 셰어를 유지,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일본이나 대만은 과도한 경상수지흑자에서도 안정적인 환율운용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흑자기갑을 보다 공고히 하였다.
일본의 경우 88년이후 93년초까지 5년간이나 달러당 125엔이하의 수준에서
오히려 절하운용하였고 대만도 미화 1달러당 25대만달러 내외수준에서
장기간 안정시킴으로써 흑자기반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들의 경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흑자가 되더라도 환율절상을 통한
국제수지조정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정책을 운용함으로써 흑자기반
자체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어렵게 이룩한 흑자기반을
다져나기기 위해서는 환율절상을 가능한한 선택하지 않는다는 기본전제하
에서 모든 정책이 수립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투기성 해외자본의 유입은 가능한 억제하는 한편 외화의 해외유출은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 해외자본의 국내유입은 내외금리차에 기인하고
있으므로 최근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금리를 더욱 하향 안정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 국제화시대에 맞는 성숙된 통화금융 외환관리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의 외화보유를 대폭 늘림으로써 외화유입으로 인한
환율절상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차제에 규제의 실익이 없는
외환집중제를 대만처럼 폐지하는 것을 적걱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경상수지 균형을 위한 목표환율대(traget zone)를 설정,환율이
이범위를 이탈하면 중앙은행이 적극 개입,적정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때 발생되는 통화증발압력은 통화안정증권의 매각등을 통해
중화시킬 수밖에 없는데,이에따른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나
환율절상이나 인플레로 국민경제가 입게 될 손실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1세기에 선진국권에 진입할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금년은 국제화 개방화의 원년으로서 오로지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만이 향후 경제발전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외경쟁의 구분이 무의미한 범지구적 무한경쟁시대라 할지라도 끝까지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것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국가이익이다.
이러한 때에 사실상 국가경쟁력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수 있는 환율의
안정적 운용은 우리가 선택할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