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케네디 전대통령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개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야말로 지구의 이마위에 걸려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묘사
했다. 명주실과 같은 가는 줄에 예리한 칼이 매달려 지구의 이마위를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핵확산에 대한 세계의 여론은 이처럼
위기의식으로 한덩이가 되어있다. 현존의 핵에너지개발만으로도 지구는
단숨에 잿더미로 화해버릴수 있다는 인식이다.

미국은 지금 핵확산방지를 위한 세계의 보안관 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지난주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 두나라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핵관리에 관한 협정체결을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미국이 북한의 핵 의혹을 가려내기 위해
"독점적"으로 북측과 회담해온 사실도 핵보안관으로서의 임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세계의 어느나라도 미국에 핵보안관의 배지를 달아준 일이 없다.
그럼에도 세계의 여론은 한결같이 미국이 보안관으로서의 책무를 완수해
주리라 기대한다.

미국과 소련이 양극체제를 이루고 냉전을 펼치고 있을때만 해도
핵관리문제는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미소양국이 제각기 집안
단속만 제대로하면 비록 위태롭기는 하지만 핵의 균형에 의한 전쟁
억제가 가능하다고 보아왔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후 40여년간
끌어온 냉전에 의한 세계3차대전이 소련의 어처구니 없는 패배로
끝나버리자 핵관리라는 뜨거운 감자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절실해졌다.

세계의 관심은 구소연방에서 독립해 나온 신생국들(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과 옛날의 위성국들(동유럽 여러나라와 북한 등)에 집중
되었다.
우크라이나에는 방대한 핵무기가 구소련군이 떠난뒤에도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번 클린턴대통령의 방문으로 폐기가 합의되었다)
동유럽의 여러나라에도 핵에 관한 풍부한 노하우가 보존돼있었다.
특히 북한에 대한 핵의심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져 갔다. 국제사회
에서 거의 완전하게 고립된채 철저한 비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체질자체가 의심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북한이 그들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마저 거부하자 세계의
핵노이로제는 더욱 부추겨진 꼴이되었다.
북한은 나름대로 핵카드를 활용, 국제사회에의 참여구실로 삼으려
했지만 세계의 눈은 북한의 줄다리기를 곱게 보아줄리 없다.

핵관리체제와 핵확산방지에 관한 국제 감시기구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이 기구 역시 핵보안관 미국이
자유롭게 활용할수 있는 한 기관에 불과하다. 미국이 IAEA를 활용
하건 단독행동을 하건 미국이 행사하는 보안관으로서의 권능은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핵보안관에게 주어진 명시적인 권한 한계는 찾아볼수 없지만
국제사회가 묵시적으로 절대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봐야할것 같다.
핵대국으로 남아있는 러시아가 미국의 이같은 절대적인 감시권행사를
묵인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도 핵확산 방지에 관한한 미국의
행보를 전면 지지하고 있는 인상이다. 국제사회에서의 국가간의 평등
개념은 핵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명제앞에 이미
오래전에 무릎을 꿇고 만 셈이다.

따라서 만약 이라크나 북한의 핵보유사실이 확인되고 이의 철폐가
거부된다면 미국은 자체 군사력을 최대한으로 동원, 무력에 의한 철거
작업에 들어갈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있는것 같다. 세계의 여론이
이를 지지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강대국들도 이 철거작업에 적극 동참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핵확산방지에 대한 세계의 컨센서스는 확고부동하다. 그리고 핵보유국
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칼"들은 점차 축소는 하되 전폐할 생각은
없는것 같다. 핵진공상태는 오히려 더 큰 참사로 연결될수 있다는
인식이 전문가들 사이에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대담한 전술핵 감축조치를 해왔고 3,000개정도의 핵탄두보유를
최저한의 보안관용으로 인정하고 있는것 같다.

따라서 핵강국들이 이미 "칼"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가질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푸념은 설득력이 없다. "세계질서"라는 괴물이 세계의
핵지도를 이미 굳혀놓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핵의 사용이 24시간 준비되어 있는 핵전략비상체제의
권외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행운일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남과북
어느쪽에서건 한반도는 영구히 비핵지대로 남는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