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들이 15일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한남동자택에서 전격적으로 만
찬모임을 가져 그 배경과 참석자들사이에 오간 얘기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이건희회장은 지난9일 자신의 52회생일을 지냈고 새해를 맞은것을 계기로
최종현회장을 비롯한 정세영현대그룹회장 김우중대우그룹회장 김석원쌍용그
룹회장 조석래효성그룹회장 박성용금호그룹회장 장치혁고합그룹회장 강신호
동아제약회장 김각중경방회장 조규하전경련부회장등 전경련회장단을 자택으
로 초청,함께 만찬을 가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급변하고있는 세계경제여건
에 대응하기위한 재계의 바람직한 변신방안,규제완화와 관련된 전경련의 입
장정리,경제활성화를 위한 재계의 협력대책등이 폭넓게 논의된것으로 알려
졌다. 또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제2이동통신 단일컨소시엄구성과 관련,참여
기업의 범위 지배주주선정 지분배정방법등에 대해서도 깊숙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가 무엇보다 주목을 끌고있는것은 전경련회장단의 새해 첫 비
공식모임이 이건희회장의 집에서 있었다는 점이다. 이회장의 재계위상과 관
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전경련회장단은 과거에도 2~3개월에 한번씩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같은 비
공식모임을 가졌던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회장은 지난 87년말 삼성그
룹의 대권을 승계한 이래 철저한 은둔으로 일관,전경련회장단의 공식.비공
식모임에 거의 모습을 보이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이회장이 전경련에 얼굴
을 내민것은 지난해 5월부터였다. 이회장은 지난해초부터 "질위주경영"을
주장,삼성그룹의 "개혁"작업을 주도하면서 전경련모임에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실제로 이회장은 이후 간간이 전경련회장단
모임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회장이 직접 전경련회장
단의 비공식모임을 주재한 것이다.

<>.이같은 이회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있는 것은 이회장 스스로 삼성그
룹총수에 그치지 않고 보다 큰 역할을 맡을 생각이 있는것 아닌가하는 추측
을 불러일으키게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회장은 지난해 11월말 김승연한화그
룹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전경련회장단등 재계총수들을 개별적으로 중요한
손님을 만나는 승지원으로 초청,사태해결을 위한 재계공동의 대책을 협의했
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회장이 "자신의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
"재계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이회장이 스스로 활동반경을 넓혀 가고 있는 셈이다.
이회장은 이밖에도 지난해부터 국가경쟁력강화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
기업 국민의 삼위일체적 노력을 강조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
등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이면서 "삼성의 차원"이 아닌 국가경제
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개진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이회장의 행보는 차기 전경련회장의 향방을 강하게 암시하
는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는 최종현회장의 임기가 아직 1년남짓 남았
으나 1.5세대 총수인 최회장이후에는 2세대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런 추세
이라는 시각에서 나온것이다. 또 국내대기업총수들이 이제는 대부분 세대교
체가 이뤄졌다는 점. 이회장이 2세대총수의 대표주자이자 삼성그룹의 규모
도 국내기업을 대표할수 있다는 점등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회장이
스스로 전경련회장에 대한 뜻을 내비친적은 없으나 자의든 타의든 "차기 전
경련회장=이건희회장"의 구도가 그려질수 있을것으로 재계는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