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가 되면 신수점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꼭 사주 관상 점술가들의
예언을 믿어서라기보다는 모두 앞일이 궁금하고 답답하고 새해에는 뭔가
나아지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이 토정비결이라도 뒤지게 만드는것 같다.
연말연시가 되면 경제전문가들도 바빠지면서 새해에는 성장이며 물가는
어떻게 될것이며,수출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예상숫자들을 늘어 놓으면서
서로 각자의 전망이 가장 믿을수 있다는 치열한 홍보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도 복술가들의 예언만큰이나 신뢰성을
잃은지도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예년과 다름없이 금년 초에도
경기전망으로부터 토지주가에 이르는 각양각색의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계를 운영해야하는 주부로부터 재벌기업의 총수에 이르기까지
한햇동안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다 있게 마련이며
이처럼 앞을 내다보려는 욕구가 끊이지 않는 한 경제예측업은 계속 성황을
누릴 것이 분명하다.

경기예측의 정확성을 높여 보려는 노력은 꾸준히 계속되어 왔으며 그 결과
여러 새로운 이론들이 개발되었고 계량적인 기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연장하여 그 연장선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경제예측의
기본적인 접근방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의 요인이
별로 없는 안정된 경제일수록 앞을 내다보기 쉽고 예측의 오차를 크게
줄일수 있다. 반면 사회적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 기후변동에 따라 작황이
크게 변하는 농업비중이 큰 경제나 외국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개방경제에서는 경기예측에 잘못 발을 들여 놓았다가는 으레 곤욕을 치르게
마련이다.

예년과는 달리 94년은 경제전반에 걸쳐 좀체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해가 될것 같다. 그래서인지 누구 하나 자신있게 점을 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예측이
들어 맞지않을 것이라는 예상외에 믿을 예측이 없어 보인다. 시장규제를
철폐하고 경제의 담을 헐어내 이제는 유행어처럼 되어가고 있는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하다 보니 대기업 중소기업 근로자 농어민 할것없이 모두의 행동
패턴이 바뀌게 될것이 분명하나 어느 정도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좀처럼
헤아려 볼수 없다. 그러니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추세
를 찾아내어 그 추세를 연장하기보다는 차라리 직관이나 령감에 의존하는
편이 좀더 예측의 오차를 줄일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 단계에서는 사업가든,주부든,
농어민이든 아무도 어떻게 자유화 개방화된 시장여건에 적응해야할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것 같지 않다. 정책당국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여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경제행위패턴을 바꾸어갈지 모르니 급격히 변하는
여건속에서 안정과 성장을 지속할수 있는 정책운용의 묘안을 찾기 어렵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를 비롯한 경제의 각 부문이 서로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의사결정과 행동을 바꾸는등 즉흥적인 반응을 하다보면,즉
정책당국과 민간부문이 서로의 눈치보기 작전을 계속하게 되면 경제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의 폭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실명제이후에 금융시장의
동향이나 금융자산의 수요에 대한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여 당했던 고통의
경험이나 세율을 조정했을 경우 세수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경우가 모두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예가된다.

요즘 국제화 개방화로 나라전체가 떠들썩하다. 때로는 국제화 개방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인지 아니면 잘 살기 위한 전략인지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방화의 열기는 더해간다. 어쨌든 자율화 시장개방이라는
제도개혁도 경제구조를 바꾸는 개혁이고 보면 초기에는 자연히 혼란이
일게되고 모든 경제주체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정확히
모르고 조그마한 정책적인 변화에도 전혀 예상할수 없는 방향으로 민감하게
반응할수 있다. 그러다 보면 개혁의 효과도 그만큼 감소하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제도의 정착이 지연될수도 있다. 따라서 구조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개혁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일부에서
정책당국 자체가 불확실성 증폭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마저 일고있다.

개방화 국제화 세계화 이 모두가 불가피한 전략적인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실명제의 경우처럼 개혁은 전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개혁이 불시에 급격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각 경제주체는 적응력을 잃게되어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는데 필요이상의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또한 으레 정책일관성의 시비가 일게 마련이다.
바로 이 때문에 개혁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기업이건
가계건 근로자들이건 모두 적응할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수 있도록
하여야 그만큼 불확실성을 줄여 개혁을 성공시킬수 있을 것이다.